자유가 멈춰서야 할 곳
자유가 멈춰서야 할 곳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7.3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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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형/경남과기대 건축공학과 교수

태양이 너무 뜨겁다. 저 태양아래에서 뫼르소는 단지 태양이 너무 뜨겁다는 이유로 백사장에서 권총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경찰조사과정에서 뫼르소는 바로전날 어머니가 돌아가셨음에도 슬퍼하지 않았으며, 장례식 다음날 여자친구와 바닷가로 놀러 다닌 사실이 밝혀졌다. 그가 사형선고를 받은 이유는 살인행위와 상관없이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보인 다른 사람들과 다른 비정상적인 행위 때문이라고 밝혔다. 까뮈의 '이방인'에 나오는 이야기다.

존 S. 밀은 '자유론'에서 사회 또는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조건은 개인의 자유가 타인의 행복을 침해하거나 공공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할 경우라고 하였다. 뫼르소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사회는 살인행위 때문이 아니라 살인과 무관하게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단지 일반인들과 다른 행동을 하였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방인]은 부조리한 사고를 지닌 인간심성을 실존주의적관점에서 묘사하고 있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사회적 통념이 얼마나 무서운가, 때로는 법보다도 더욱 강력하게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한 개인을 사회구성원에서 [이방인]으로 추방시켜버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며칠 전 서울에서 대학시절 선배가 아들의 진로상담을 위하여 진주에 방문하였다.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스스로 노동자가 되어야 진정한 노동자의 편에 설수 있다고 하면서 학교를 자퇴하고 공장에 취직한 뒤 연락이 끊긴 선배였다. 지금은 작은 개인 금속가공업체를 운영하면서 한 가정의 평범한 아버지로써 살아가고 있었다. 중 3 큰 아들이 장래희망이 건축가라고 하는데 공부에 별로 관심과 흥미가 없어 내게 조언과 격려를 통하여 동기부여를 해주면 좋겠다고 하여 마련된 자리였다. 나도 아들의 장래진로 때문에 고심하던 터라 같은 아버지로서 이해하며, 열심히 건축이란 직업에 대해 그리고 왜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하는지 설명해 주었다. 이념적 정치적 자유가 억압되던 군사정권시절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하여 힘겹게 살아왔던 모습에서 이젠 한 아이의 아버지로써 역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다.
김신 대법관 후보자의 종교편향으로 한창 떠들썩하다. 정교분리 원칙으로 볼 때 공적업무를 수행하면서 특정종교의 신앙에 바탕을 둔 행위차체는 물론 부적절하다. 종교적 신념은 세속의 이념이나 가치관보다 휠씬 깊고 숭고하여 그로부터 사회에 대한 편협한 시각이 생겨날 경우 이를 올바로 세우기는 매우 힘들다고 존 S. 밀은 자유론에서 관찰했다. 나와 종교적 신념이 다르다고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는 모습은 종교의 본질이 아니고 종교가 현실 속에 나타나는 일부 부정적인 모습일 뿐이다. 김신 대법관 후보의 논란에서 종교적 자유가 언제 멈춰서야할 것인가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요즘 중 1 우리 아들의 꿈은 TV속 아이돌 가수이다. 아빠로서 그 꿈이 여간 부담스런게 아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때면 꿈은 크게 갖고 무엇보다 현실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꿈꾸라고 격려한다. 그런데 막상 우리 아들이 가수를 하고 싶다고 하니 왠지 불안한 미래에 걱정이 앞선다. 많은 가수 지망생들이 꿈을 펼치지도 못하고 사라지는게 현실 아닌가, 설령 가수가 된들 험난한 연예인 생활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그냥 무조건 좋은 대학가서 안정적이고 평범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들 자신이 결정한 미래의 꿈에 대하여 아버지의 지나친 염려와 사회통념적인 염려로 또 다른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태양이 뜨거워서 살인한 이방인의 자유는 멈춰서야 한다. 태양이 뜨거워도 희망의 집짓기를 멈추지 않는 이방인에게 자유는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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