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성심원 '인애축제'
산청 성심원 '인애축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8.0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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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편집부국장ㆍ자치행정부장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닐니리/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린 때 그리워 피-ㄹ닐니리/보리피리 불며 인환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피-ㄹ닐니리/보리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ㄹ닐니리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조금 낯선 시인 한하운의 ‘보리피리’라는 시이다. 이 시는 한하운 시인이 천형(天刑)이라는 한센병에 걸려 붉은 황톳길을 밟으며 소록도로 향하는 애절한 마음이 절절히 녹아 있는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니고 있다.
한센병. 한때 한번 걸리면 완치가 어려워 천형으로 불리웠던 한센병은 지금은 ‘리팜피신’이라는 약을 네 알 정도만 복용하면 전염력이 완벽하게 사라질 정도로 전염력이 가장 약하고 유전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일제강점기 때처럼 한센인들은 여전히 소록도나 산청 성심원처럼 정착촌에서 격리되듯이 살고 있으며, 지독한 사회적 편견에 사로잡혀 최소한 인간으로서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센병은 의술의 발달로 이제는 투약치료만으로도 완치되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천형’으로 인식하고 있어서다.
전염성이 낮은데도 극단적으로 위험시, 죄악시됐던 것이 한센병의 역사다. 일부 종교에서는 여전히 한센병을 천형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일부 식자층에서도 한센병 환자를 비하하는 발언이나 단어를 아무렇게나 사용해 물의를 빚어 사과하는 일들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한센인들은 피해자 등록과 정부 보상 문제뿐 아니라 사회의 편견과도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근래들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한센인들의 인권침해 문제를 풀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으며, 그저 한때 일종의 병을 앓았던 병력자들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성과는 기대만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역의 대표적 한센시설인 산청 성심원이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50여년만에 문을 열어 관심을 집중시켰다. 성심원은 가톨릭 프란치스꼬회가 운영하는 한센시설로, 70~80세 노인 150여명이 살고 있다.이 성심원이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성심원 대운동장에서 평화와 우정, 화해와 상생을 주제로 '제1회 인애(仁愛) 축제'를 열었다. 한평생 세상과 단절하고 살아온 한센인들이 50년만에 마음을 열고 세상과의 소통에 나선 것이다.
이 축제는 50여 년을 세상과 격리된 채 `육지의 섬`으로 불리는 성심원에서 살아 온 한센인들이 세상과 소통하며 평화와 우정을 나누기 위한 것이다. 인애 축제는 둘레길 걷기를 시작으로 국악 한마당과 오케스트라, 대중가수 공연, 성심원 역사사진전, 천연염색 등의 체험행사와 바자회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의 장을 나누었다. 성심원 개원 이후 처음으로 열린 축제여서 전국에서 관심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참가한 데다 축제 참가자들의 얼굴이 모두 밝고 건강해 기쁨을 더했다.
이번 축제를 통해 그동안 많이 개선되긴 했어도 아직까지도 차별 속에 살고 있는 한센마을 사람들의 진정성을 깨닫는 계기가 되고 이들에게 씌워진 오해와 편견을 바로 잡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아울러 이번 축제가 한 평생 가슴의 문을 닫고 살아온 성심원 가족에게는 세상과 소통하는 마음의 통로가 되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하운 시인의 비애감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한센인들의 아픔은 이제 우리 모두의 것이 되도록 사회적 관심과 사랑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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