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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과 얼굴값 그리고 꼴값이상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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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8.23  16: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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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때 우리 독서회에서 '엄마랑 사자소학을'이란 자리를 만들었다. 첫 시간에 엄마와 아이들이 13명 모였다. 연속되는 폭염경보를 감안하면 이도 감동적인 숫자였다. 솔직히 강사인 나도 나가기 싫을 정도인데 하물며 초딩 중딩들이랴!
고개 푹 숙이고 책만 보며 수업을 하는 것보다는 서로 눈을 맞추며 표정을 읽고 싶어 원문을 화선지에다 붓으로 다 써 가지고 갔다. 그리고 안 빠지고 잘 나온 사람에게 줄 서예 작품 한 점도 준비를 했다.
“부생아신 모국오신 복이회아 유이보아 이의온아 이식포아 은고여천 덕후사지 욕보기은 호천망극(아버지 내 몸 만들어 주시고 어머니 내 몸 키워 주셨다. 배로 품어주시고 젖으로 먹여주시고 옷으로 따뜻하게 입혀 주시고 밥으로 배불리 먹여주시니 그 은혜의 높기가 하늘과 같고 그 덕이 두텁기가 땅과 같다)”
한창 재밌게 읽고 해석을 하는데 갑자기 내 얼굴이 확 달아오르면서 쓴웃음이 터졌다. 요즘은 아빠가 누군지 모르는 아이와 태어나면서부터 자기 엄마한테 버림받은 아이들이 적잖은 세상이라서. 어디 이뿐인가. 배로 품어주기 싫어 낙태하고 젖으로 먹여주기 싫어서 초유도 안 준 채 우유만 먹이고. 그러다 보니 아이도 아무 옷이나 주는 대로 안 입고 특정 메이커 타령만 하고 게다가 아이돌 그룹의 몸매를 가꾼다고 먹으라는 밥은 안 먹는 이 세상이니 씁쓸한 웃음이 터질 수밖에.
그래도 이런 속내는 혼자 삭이며 강의는 제대로 해야 했다. “爲人子者 曷不爲孝(위인자자갈불위효:사람의 자식된 자가 어찌 효도를 하지 않으며) 欲報深恩 昊天罔極(욕보심은 호천망극:그 은혜를 갚고자 하면 넓은 하늘도 끝이 없네)”이라고. 그러고 보면 양학선 선수는 분명 하늘이 낸 효자가 틀림없다.
그는 평소에도 부모를 잘 챙겼다지만 효의 최고 경지인 “立身行道 揚名後世(입신행도하고 양명후세:몸을 일으키고 이름을 후세에 남겨) 以顯父母 孝之終也(이현부모효지종야:부모를 드러내는 것이 효도의 마침이라)”를 제대로 실천하지 않았는가! 이것만해도 어딘데 여기다 양선수에게 너구리 100상자, 아파트 한 채, 돈 5억에 집도 그냥 지어주는 일들까지 덤이니 역시 효와 충의 대가는 하늘이 알아서 채워주는 것 같다.
이런 아들이 있는 반면에 더운 여름을 더 덥게 만드는 주범들도 허다했다. 우리의 기억에서 벌써 이름도 잊혀진 통영 초등생 사건이 그 예다. 여기다 알바 여대생을 성폭행하고 협박함으로 끝내 죽음으로 내몬 서산 피자집 사장, 네 살, 다섯 살 아이들 유치원 보내다가 범인의 표적이 되어 그 손끝에 희생된 수원 가정주부, 카톡 대화방에서 왕따를 시킴으로 친구를 스스로 투신하게 한 고교생 등.
이 사건들을 보면 희생자들이 하나같이 말할 수 없이 억울하고 원통하고 불쌍하다. 그런데 손바닥을 한번 뒤집어보면 가해자들 또한 안 됐다. 왜 저들은 이 세상에서 단 한번 뿐인 자기 인생을 저렇게 살게 되었을까? 누구는 올림픽이라는 세계무대에 나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자기 이름을 휘날리는데 저들은 왜 자기 발목에다 자기가 스스로 전자발찌를 채우며 제 이름과 얼굴을 더럽힐까? 과연 전적으로 자업자득의 자아의지 작용일까? 아니면, 어쩔 수 없었던 성장 환경 탓인가?
둘 다 아니라면 업보에 따른 윤회의 결과? 신의 예정된 각본? 그렇다면 자신의 역이 이런 악역인 줄 사전에 감지 못했을까? 했다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다른 선한 배역을 맡게 해 달라고 떼를 쓰고 싶진 않았을까? 공 하나로 온 국민을 밤새우게 하고 울게 하고 웃게 한 끝에 마침내 동메달을 목에 걸고 온 우리 올림픽 축구선수들 같은 역. 그 팀을 만들어낸 홍반장 역 같은 걸로.
모두가 입신양명하여 부모의 이름을 드높이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소한 “이 몸뚱이와 몸의 털과 살갗 모두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감히 손상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는 이 말은 마음만 돈독히 먹으면 우리도 실천하며 살 수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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