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 메일
스팸 메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7.0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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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상/한국교원대학교 
컴퓨터교육학과 교수
대부분의 직장인이 출근해서 맨 먼저 하는 일이 이메일 확인이라고 한다. 인터넷이 생활의 일부가 된 현대인의 삶에서 업무와 관련되거나 개인적인 소식을 주고받는 주된 통로가 이메일임을 반영하는 결과이다. 자신의 메일 계정으로 새로운 메일이 몇 개가 있다는 글귀를 발견하면 혹시나 하는 기대에서, 또는 업무와 관련하여 ‘받은 편지함’을 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때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새로운 메일로 표기된 대부분의 메일이 스팸일 때의 그 실망감이란. 이런 경험은 이메일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경험하는 일이리라. 급기야 영국의 한 회사에서 통계를 내보니 인터넷의 이메일 전송 내용 중에 스팸으로 분류되는 것이 88%나 된다고 한다.
아파트나 주택의 우편함에도 심심찮게 광고 전단이 달려있는 풍경이 낯설지는 않지만 이렇게 인터넷에도 스팸 메일이 많다는 것은 사용자에게는 여간 골칫거리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모든 스팸이 동일한 스팸은 아니다. 개중에는 합법적인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고자 정보를 주는 것도 있고, 불법적인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고자 하는 것도 있다. 또한 피싱 메일처럼 위조되거나 실제적인 물건이나 서비스의 전달이 없으면서 무엇인가를 파는 것처럼 가장하는 것도 있다. 바이러스나 스파이웨어와 같이 악의적인 목적을 가지고 스팸으로 포장된 것도 있어 잘못 열어봤다간 낭패 당하기 십상이다. 거기에다 정책적 구호의 전파와 같은 목적성 스팸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목적으로 전달되는 스팸 메일 가운데서 읽혀지는 메일의 비율은 약 14%라고 한다. 그중에 4% 정도는 실제로 스팸을 보고 물건을 사기도 한다고 미국의 메릴랜드 대학의 한 연구가 보여주고 있다. 10%가 넘는 읽혀지는 스팸 메일의 비율은 왜 스팸이 자꾸 많아지는가 하는 질문에 시사점을 준다. 즉, 정보가 될 듯하게 작성하면 10개 보내서 적어도 한 개는 읽게 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기에 스팸 메일의 문구는 매우 유혹적이다. ‘자면서도 살 빼는 방법’, ‘1년 안에 10억 벌기’와 같이 조금만 생각해 보면 합리성 없는 제목들로 포장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는 교묘한 장치가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자면서도 살 빼는 방법’과 같은 선전물은 메일을 읽는 사람이 비만으로 고통 받고 있다면 그에게는 이것이 유익한 정보처럼 여겨질 것이다. 또한 성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그럴듯한 처방을 줄 수 있는 것처럼 만들어진 스팸은 겉으로 드러내기 부끄러운 문제를 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하여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처럼 선전물을 보내는 것이다.
스팸 메일을 보내는 사람들이 곧잘 이용하는 인간의 또 다른 심리에는 접근심리와 회피심리가 있다. 접근 심리는 ‘대박을 터뜨리는 주식 소개’, ‘잠자면서도 살 빠지는 약’과 같이 자기가 평소에 갖고 있던 관심사와 일치하는 경우에는 제공되는 정보에 접근하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이 있다. 마찬가지로 회피심리는 ‘새로운 바이러스 주의보’, ‘가계 부채를 피하는 법’등과 같이 자기가 피하고 싶은 어떤 일에 관한 정보라면 사람들이 보게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스팸을 발송하는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스팸의 주제를 나타내는 제목은 매우 유혹적이고, 또 사람에게 확신을 주고자 교묘하게 설계된다. 업무와 무관하거나 공익적 목적이 아니라면 스팸 메일을 읽고 그에 따른 행동을 취하게 되면 소위 ‘낚이는’ 상태가 될 가능성이 많다. 한번 낚이면 치러야하는 대가가 만만찮음은 낚인 후에야 아는 것인데, 정보와 유혹을 분별할 수 있는 마음의 눈을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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