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골든타임을 보면서
드라마 골든타임을 보면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9.0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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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석/경상대 의대 흉부외과 교수

 
경상대학교병원 흉부외과 장인석

최근 드라마 ‘골든타임’이라는 의학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중증 외상 전문의 최인혁 교수가 어려운 병원 체제에 맞서 환자 편에 서서 애쓰는 모습을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속에서 진실성 있게 보여주고 있다.
종영된 드라마 ‘하얀거탑’이 일본판 의료계의 고질적인 관행과 비리를 꼬집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의료 체계는 의국을 중심으로 한 사람의 과장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도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학위제도를 받아 들여 의국이라는 형태가 학위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미국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를 보면 응급실에서 인턴선생님들이 겪는 미국 의료체계가 재미있게 그려진다. 인턴 선생님과 진료 스텝과의 얽히고 얽힌 연애 사건이 양념이 되어 응급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흥미있는 의료문제를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제도는 미국식을 받아들여져 현재는 인턴 1년, 레지던트 (요즘은 수련의 라는 단어를 사용) 4년 과정을 거쳐 전문의를 취득하게 된다. 진료과의 운영체계는 일본식이지만, 수련은 미국식이기 때문에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의 처한 상황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일본은 한 번 특정과의 의국에 입문하게 되면 그 의국이 원하는 위치에게 역할을 수행해야 정상적인 의사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의국에 완전히 얽매인 삶을 살아야 한다. 미국은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면, 전문의 수련을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심지어는 한 해 마다 원하는 병원을 옮겨다니며, 수련을 받을 수도 있다. 전문의가 된 후에도 자신의 능력과 원하는 급료에 따라 개인의 자유로운 의지로 병원을 옮겨 다닌다.
우리나라는 전문의가 되기 위한 과정에 입문하게 되면, 전문의가 될 때 까지는 그 병원의 특정과에 소속되어 4년간의 수련을 받게 된다. 전문의가 된 후에는 과의 뜻에 따라 혹은 과장님의 뜻에 따라 진로가 정해지는 진료과도 있고, 본인 마음대로 진로를 정할 수 있는 진료과도 있다. 반은 일본식이고 반은 미국식이 혼재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 소설에서 보이는 절대 권력을 가진 과장이 우리나라 병원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고, 미국 병원에서의 인턴 선생님과 진료 과장이 같은 직장인으로서의 자유로이 사랑하는 이야기가 우리나라 병원에서는 흔하지 않은 일이다.
우연히 드라마 골든타임을 시청하다가 우리 병원을 화면으로 들여다 보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보험공단에 밀려 정말 필요한 약을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보호자들께 봉변을 당하던 일, 다른 진료 과의 원할한 협조을 받지 못하던 일, 엄격한 보고 체계에 막혀 제대도 빠른 진료가 이루어지지 못하던 일 등.
골든타임의 뜻은 수술을 해서 완전히 건강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의 한계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다리의 동맥혈관이 막히면 여섯 시간 안에 다시 혈류가 흐르도록 해 주어야 다리를 온전히 살릴 수 있으므로 골든타임은 여섯 시간이다.
골든타임은 다친 환자를 치료하는 외상 외과뿐 아니라 모든 응급 환자를 치료하는 진료에 존재한다. 심장의 경우 두 시간이 골든타임이고, 뇌경색을 동반한 중풍은 삼십 분 안쪽으로 짧다. 골든타임을 위해 최인혁과 닮은 의사 선생님들이 오늘도 응급실에서 덥수룩한 수염에 후줄근한 가운을 입고 응급실에 대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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