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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초이현판/전 고교교사·서울대성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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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9.11  17: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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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4월 총선이 끝나고 12월대선 주자들을 둘러싼 상호 비방과 거짓 언론 띄우기에 백성들은 정치에 더 한 혐오감을 감출 수 없게 되었다. 대통령을 꿈꾼다는 자들의 그토록 비열하고 옹졸함에 망연자실(茫然自失)한 나는 문득 물망초(forget-me-not) 꽃말에 스르륵 빠져든다. 학창시절 복수형의 특이성 때문인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 꽃이기에 지금도 가끔 쓰는 글에 자주 등장시키기도 한다.
물망초(勿忘草)는 물망초속(Myosotis) 식물의 총칭으로 '날 잊지 말아요'(Forget-me-not)라는 애처로운 꽃말을 가진 유럽 원산지의 꽃이다. 프랑스의 앙리 4세가 자신의 문장으로 채택한 꽃으로 유명해져 이 꽃을 가진 사람은 연인에게 버림받지 않는다는 설화가 있다.
독일의 가장 널리 알려진 전설에 따르면, 옛날 도나우강(다뉴브강) 근처 마을에 루돌프라는 청년과 베르타라는 처녀가 살고 있었다. 둘은 서로 깊이 사랑했고 미래도 약속한 사이다. 어느 날 도나우강 기슭을 거닐다가 강 한가운데 섬에 이제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연보라의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히 피어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참으로 예쁜 꽃이었다.
루돌프는 그 이름 모를 예쁜 꽃을 연인 베르타에게 꺾어주기 위해 섬까지 헤엄을 쳐 가서 꽃을 꺾어 가지고 돌아오다가 그만 격류에 휘말리게 된다. 루돌프는 가지고 있던 꽃다발을 베르타에게 건네주면서 ‘나를 잊지 말아주오’('페어기스 마인 니히트, Vergiss mein nicht!')라는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고 물속으로 사라진다. 베르타는 애인 루돌프를 생각하며 일생 동안 그 꽃을 몸에 지니고 살았으며 그 꽃을 '물망초'라 불렀다.
다른 이야기는 영국에 전해지는 전설인데, 때는 1345년 어느 봄, 잉글랜드의 왕 에드워드 3세(Edward III)가 그의 맏아들 흑태자 에드워드(Edward Black Prince)와 함께 프랑스 남쪽의 드넓은 평원 노르망디에 상륙하였다.
영국과 프랑스가 오랫동안 전쟁하던 때였다. 영국의 많은 기사들이 도버해협을 건너 프랑스로 원정 와 있었는데, 이 기사들 중에 한 소녀의 정성어린 일기장을 가지고 온 젊은 기사가 있었다. 그는 이 살벌한 전장에서도 틈만 나면 자기를 위하여 쓴 소녀의 애절한 일기장을 펼쳐 읽곤 했다.
전쟁은 날로 격해지고 영국군은 드디어 최후의 돌격을 감행하게 된다. 이 싸움에서만 이기면 모두들 고국에 돌아 갈 수 있게 된다는 생각에, 젊은 기사는 앞장서서 적진을 향해 돌격했다. 결국 영국군은 이 싸움에서 이겼고, 모든 기사들은 그토록 그리고 그리던 고국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젊은 기사는 마지막 싸움에서 치명상을 입어 그만 죽고 말았다.
조용해진 싸움터에 그대로 누운 그 젊은 기사의 품속에 있던 소녀의 일기장이 땅에 떨어지고, 이윽고 일기장 사이에 끼여 있던 물망초의 꽃씨가 노르망디 평원의 여기저기에 흩날렸다. 이후 그 씨가 싹이 터서 드넓은 노르망디평야에 가득 피었다고 한다. 수백 년이 흐른 지금에도 오뉴월이면 그 일대는 물망초로 뒤덮여 장관을 이룬다.
이토록 슬프고 애절한 여러 전설속의 주인공인 물망초를 유난히 사랑한 프랑스의 앙리 4세(1553~1610)는 ‘낭트 칙령’을 선포하여 36년간 유럽사회를 이념과 공포에 찌들게 했던 종교전쟁(위그노전쟁, 1562~1598)에 마침표를 찍는다. 그는 원래 프로테스탄트(신교)였으나 프랑스 재통일을 위해 가톨릭(구교)로 개종하고, 1598년 4월 13일 낭트칙령을 발표하여 신교도에게 신앙의 자유를 인정한다. 이로써 30년 넘게 지속된 종교전쟁은 끝이 나고 이를 토대로 루이 13세와 14세로 이어지는 프랑스의 화려한 황금기를 맞게 된다.
2012년 12월이면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려있다 해도 과언(過言)이 아닌 대통령선거가 있다. 물망초의 사랑 믿음 희생의 숭고함과 앙리 4세의 관용의 통합의 지혜를 反面敎師(반면교사)로 삼아 우리 사회에 짙게 드리워진 남과 북의 대립, 진보와 보수의 갈등, 전통과 현대의 부조화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갔으면 한다. 정치인은 당당하게 ‘나를 잊지 마세요’라고 할 수 있고, 백성들은 당연하게 ‘당신을 잊지 않을 게요...’하는 나의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초라하지만 작은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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