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숙/시인
“당신은 지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가고 있습니다”
하동군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마치 이번 싸이가 서울광장 무료공연장에서 소주 한 병 원삿 함으로 그 술이 250억원 이상의 광고효과를 거뒀다는 것에 비견할만 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전국에서 그 책을 보고 혹은 입소문을 듣고 이 길을 찾아온 사람들과 이곳을 지나다니는 지역주민 대부분은 지금 그 길 위에서 벌어지는 공사현장을 보고 실망과 절망을 넘어 끓는 탄식과 분노를 삭이지 못 하고 있다.
“이제 이 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 아니다. 가장 흉물스런 길이다. 뭔 XX병 한다고 저런 걸 여기다 만드는 거야. 역시 하동! 돈이 너무 많아서 탈이야. 돈 없다고 도서관 짓는 데는 5억 밖에 못 준다더니...”
하동에 왔다 가는 지인들이나 하동에서 아들딸 키우며 사는 학부모들과 의식 있는 주민들은 하나 같이 격앙된 목소리다. 이 길은 10년 20년 전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백 배 공감이다.
솔직히 그 정도의 갈대밭에는 그런 산책로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그것으로 모자라 강변쪽 노견가장자리에다 철제빔을 박아서 바닥을 깔아 늘리고 있다. 때문에 ‘이대로 영원히 흐르고 싶다’고 절규하는 섬진강물. 섬진강변이 무슨 군수공장 담장같이 두 줄로 늘어선 그 테크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가 않는다. 높이까지 초등저학년 키와 맞먹는 삼단이라서.
안타깝다. 정말 속이 뒤집히고 눈에 쌍심지가 돋는다. 꼭 거기다 그 길을 내고 싶거든 차라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는 이 광고간판이나 떼고 공사를 할 것이지. 하고 보니 사족(蛇足)임을 알았다면 더 하기 전에 바로 중지를 해야 한다.
자연환경은 우리가 후대의 자산을 잠시 빌려서 쓰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떻게든 자연은 자연적인 상태로 관리하며 꼭 필요한 만큼 최소한의 개발만 해야 한다. 밥은 먹기 싫으면 뒀다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잘못한 공사나 짓다가 부도난 건물들은 수십 년째 방치된 채 여러 면에서 골칫덩어리가 되고 있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은 구미불산누출 사고 피해를 목도하면서도 급발진사고의 자동차처럼 제어나 제동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우리 현실이다. 4대강사업에다 섬진강을 추가로 넣어달라고 결의문을 채택한 행정이니, 여기 이런 공사도 다 관광자원 개발이요 군민 복리증진을 위한 것이라 할 게 뻔하다. 하지만 이건 이런 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아무리 둘레길과 자전거전용도로가 좋다지만 이것도 적재적소에 들어설 때 제 구실을 제대로 할 수가 있는 법이다. 지리산은 천년 후에도 산으로 보고 섬진강은 만년 후에도 강으로 대해야 제 격이요 제 맛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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