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 농림부의 초대장
부탄 농림부의 초대장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10.1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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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상/경남과학기술대학교 바이오과학대학장
 

지난 6월 부탄 농림부 타시삼답 국장으로부터 초대장을 받았다. 대한민국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실시한 국제농업협력사업을 통해 지난 3년간 쏟은 정성으로 마침내 부탄의 투롱사종 삼촐링 마을에 녹차센터(Samcholing Green Tea House)가 완공되어 그 준공식에 참석 하라는 내용이었다. 초대 대상으로는 사업을 주관한 본인과 당시 경남과기대 김조원 총장님 그리고 (주)건일엔지니어링 손일수 회장님이 함께 하기를 바라는 내용이었다. 날짜는 다소 변경할 수 있지만 매년 6월말에 부탄 정부의 회계 종료 시점이므로 이를 감안해 6월 27일을 길일로 잡았다. 하지만 국내의 바쁜 일정 때문에 세명 모두 참석할 수 없음을 통보했다.

김조원 총장님은 우리나라 농림수산식품부의 국제농업협력사업이 부탄과 인연을 맺게 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손일수 회장님은 1억원의 발전기금을 희사하여 삼촐링 마을 공동 버스, 지역내 학교의 컴퓨터, 복사기 및 도서를 기증했기에 이를 감사하고 싶어 초대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주빈이 참석하지 못한다면 이번 행사도 의미가 없으므로 다음으로 연기를 하겠다는데 참 난처했다. 여러 가지 궁리 끝에 혼자서라도 참석해 행사를 치르기로 협의했다. 준공식 행사라서 이것저것 준비할 것들이 많아 새로 큰 여행용 가방을 구입했다. 지금까지 부탄을 여덟 번 방문했는데, 아홉 번째 새 가방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큰 봉지 사탕, 대학에서 만든 기념품 등 짐이 많다. 혼자서 하는 부탄행은 두번째지만 왠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당시 학교는 이제 막 여름방학을 맞이하는 터라 서류정리해서 마무리하고 김해에서 방콕행 비행기를 탔다. 방콕에서는 5~6시간만 머물면 부탄의 국제공항 ‘파로’가는 비행기를 환승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접근성이 좋다. 인도로 가려면 비자를 받아야 하고, 네팔을 가도 비행기 일정이 하루 또는 이틀을 머무르면서 대기해야 하기 때문에 방콕을 좋아한다. 공항에서 28불이면 두시간 발맛사지로 시간활용도 가능한 이유도 있다.
파로 공항에는 농림부의 CoRRB 첸추 과장이 마중을 나왔다. 부탄 지역 사업 담당자인 카일라스 과장은 현장 지휘를 위해 이미 삼촐링 마을에 관계 직원들과 함께 하고 있다고 했다. 오늘은 수도 팀푸에서 일박을 하고 내일 오전에 호텔에서 투롱사로 출발한다고 일정을 소개했다. 동행으로 준공식 행사를 주관할 농림부 다소 세럽 차관, 교육부 지왕 차관보, 텐진 실장 등 총 7대의 차량이 줄을 지어 170여 Km를 30~40Km/h의 속력으로 달려간다. 히말라야는 기후적으로 여름시기는 우기이므로 많은 비 때문에 도로가 유실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도로 곳곳에는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우기에는 히말라야는 볼 수 없으므로 산을 즐기기 위해서는 다른 계절을 택해야 한다.
투롱사의 아침은 환상이다. 새벽에 눈을 뜨면 안개 사이로 부탄에서 가장 큰 토롱사종(城)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이곳을 사람들은 무릉도원이라고들 한다. 주위가 온통 짙푸른 녹색의 삼림들로 빽빽하고, 망두츄 강을 바라보듯 투롱사종이 길게 버티고 있는 광경을 여명과 함께 즐기면 신선이 따로 없다. 부탄을 방문하면 반드시 이곳에서 1박을 추천한다. 여기서 한시간 가량 인도의 아샘지역 방향으로 운전하면 삼촐링 마을에 도착한다.
이번 방문은 아주 큰 행사이기 때문에 본인도 복장에 신경이 쓰였다. 마침 한국에서 제다기술훈련을 받았던 ‘비비’라는 공무원이 자기네 전통의상을 가져와 내가 입고 행사에 참석하기를 권유했다. 어색하지만 입고 보니 내게 딱 맞는 색상으로 마치 그들과 일원이 된 것 같았다. 마을 사람들과 관계 공무원 약 100여명 이상이 참석해 행사를 축하했다. 부탄 정부에서도 이 사업이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농민들 또한 현금 수입이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부탄 제일의 녹차마을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5년 전 처음 그들을 만났을 때는 눈길 마주치는것 조차 피하려고만 했었는데, 지금은 녹차 나무가 가장 많은 데첸 펠덴 아저씨는 ‘초이’ 하면서 다가와 감사한 마음으로 악수를 청한다. 나를 더 이상 이방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온다. 그 만큼 이들에게 더욱 나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생각되어 가슴이 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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