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교육평등
무너지는 교육평등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10.2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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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갑/뉴시스 교육·학술 전문기자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Platon)과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인간의 불평등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했다. 그들은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어느 한 계급에 속한다고 여겼다.

근대에 접어들어 루소(Jean, Jacques Rousseau)는 그의 저서 ‘인간불평등 기원론’에서 인간의 불평등은 사유재산 제도에 있다고 생각했다. 또 인간에게는 자연적·신체적인 불평등과 사회적·정치적인 불평등이라는 두 가지 불평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간의 불평등은 루소와 로크(John, Locke)를 거치면서 태어나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하기 시작했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이 인간의 불평등 문제에 주목한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져 민주주의의 기본이념인 자유와 평등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사회 계층 이동의 수단으로 작용했던 교육 기회의 평등성이 무너지면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더 굳어지는 추세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대학 학비 조달방식과 노동시장 성과' 보고서를 보면, 부모의 배경에 따라 자녀의 교육 불평등이 발생하고, 교육 불평등이 사회·경제적 차이로도 이어졌다. 4년제 대졸자 중 융자로 학비를 조달한 비율은 고소득층 4.6%, 중간소득층 8.1%, 저소득층 14.3%로 가구소득이 낮아질수록 융자 의존· 비율은 급격히 증가했다. 또 학비를 부모 등에 의존한 경우 토익 점수는 773.0점, 융자에 의존한 경우 754.0점으로 부모에게 학비를 의존한 학생은 융자로 학비를 조달한 학생에 비해 토익점수가 19점이나 높았다. 이들 학생의 졸업 후 월평균 소득과 정규직 비율도 융자로 학비를 의존한 것에 비해 각각 15만9000원, 6.6%포인트 높았다. 부모의 저소득이 자녀의 취업스펙 준비 미흡과 저조한 노동시장 성과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가난의 대물림으로 귀결되고 있다.
또한,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의 `한국 사회지표 변화' 보고서를 보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계층의 교육비 비중은 2003년 12.3%(31만9420원)에서 2010년 15.1%(54만2946원)로 확대됐지만,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계층의 교육비 비중은 계속 7%대를 유지하고 있는 정도이다. 학원교육비 지출액의 계층별 격차도 2003년 6.04배에서 2010년 8.11배로 크게 벌어졌다.
이런 연구결과는 개인의 능력보다는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교육 불평등을 낳고, 사회적으로도 대물림까지 이어지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교육은 유아교육 단계부터 대입준비, 취업준비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능력보다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환경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대입제도, 3000개가 넘는 복잡한 대입전형, 취업준비를 위한 온갖 스펙 쌓기 등은 개인의 능력만으로 감당하기가 어렵다. 소득계층별 격차가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일으키고, 소득불균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구조는 국가의 교육제도와 정책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교육제도와 정책은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해 '교육평등 지표'를 만들어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과 실효적 제도 개선에 나설 때이다. 오는 12월 대통령선거가 있는 만큼 각 후보와 정당은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한 공약을 제시하고 검증받아야 한다. 무너지는 교육평등, 더는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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