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금요일 밤…속타는 경찰지구대
불타는 금요일 밤…속타는 경찰지구대
  • 배병일기자
  • 승인 2012.10.31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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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잠든사이 경찰관 폭행부터 취객들 욕설까지 요지경
▲ 욕설과 멱살을 잡히는 상황에도 묵묵히 자신의 맡은바 소임에 충실하며 진주의 중심 지키고 있는 진주경찰서 산하 비봉지구대.

얼마 전 경찰조사에 앙심을 품고 만취상태로 대형 굴착기를 몰고 진주경 찰서 상대지구대로 돌진해 굴착기 집게로 주차 중인 순찰차를 부수고 지구대 건물을 부수는 등 지구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황당한 사건이 벌어져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적이 있었다.


경찰청은 매년 대국민 치안활동에 대한 주민 만족도 평가를 하고 있다. 이는 평균이상의 경찰관에 대한 만족도를 나타내고 있지만 언제부터 인지 공권력이 무시되는 현실 앞에서 일선 경찰관들은 허탈해진다. 주취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어 경찰은 ‘주폭과의 전쟁’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주폭이란 주취폭력배의 줄임말로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 고성방가를 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는 말이다. 최근 공무집행 방해 사범 가운데 70% 이상이 술에 취한 상태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하고 지구대 사건사고의 상당부분을 주취관련 사건이다.

경찰지구대는 민생치안 최 일선의 현장으로 각종의 크고 작은 사건으로 쉴 틈 없는 24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히 금요일은 사건사고가 평소보다 몇 배 많이 발생해 지구대 경찰들조차 긴장하게 하는 날이다. 지구대 경찰관들은 욕설과 멱살을 잡히는 상황에도 묵묵히 자신의 맡은바 소임에 충실하며 진주의 중심 지키고 있는 진주경찰서 산하 비봉지구대를 찾아 얼룩진 세상과 경찰관들의 일상을 들여다 봤다. 편집자 주

1 내 친구 데려가지마
오전 9시20분께 진주시 옥봉동 소재 영남유료주차장내 112지령실로부터 수배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 출동한 두명의 경찰관은 진주지청의 사건수배 체포영장발부가 되어 있는 A씨를 검거해 동행하려는 순간 일행인 B씨가 몸으로 경찰관을 밀치고 ‘XXX들 XX자석들아’라며 욕설을 하며 약 10여분간 경찰관의 정당한 공무집해을 방해해 현장에서 체포의 사유 등을 고지 후 현행범인으로 체포했다. 

2 택시좀 태워주세요
기자가 비봉지구대를 찾은 시각 오후 8시45분께 차를 태워주지 않는다며 50대 중반의 남성이 안면부 상처를 입고 술이 얼큰하게 취하여 욕설을 하며 지구대 문을 들어선다. 한 경찰관이 “아저씨 집이 어디세요”라고 묻자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장재동인데 집에 갈려는데 차를 태워주지 않는다”고 지구대를 찾아온 것이다. 경찰관이 “아저씨 차 태워 드릴테니 나갑시다”라며 데리고 나갔다.

9시15분께 신고 출동했던 경찰관이 취객 1명과 같이 들어왔다. 출동 나갔던 경찰관이 취객에게 “보소 아저씨 저한테 ‘XX놈이라고 욕 하지 마십시오”라고 하자 취객은 혀 꼬인 소리로 횡설수설 하며 시외버스근처 어묵장사를 하는 분과 시비가 있었던 얘기를 한다. 어묵장수를 폭행하려 해 신고 출동해 시비를 정리하는 과정에 경찰관에게 욕설을 했던 모양이다. 40대 후반의 이 취객은 이곳 비봉지구대의 단골손님인 듯 이곳 경찰관들도 신원을 알고 있는 듯 했다. 한 경찰관이 술을 얼마나 마셨냐고 물어보니 “쬐매 소주 4병을 마셨다”며 현재 보호관찰중인데 술 많이 드시고 사고라도 치면 큰일난다고 얘기 하니 교도소 수감 중에 있었던 얘기 등을 하다가 앞에 서 있는 경찰관에게 갑자기 “사장님 고맙습니다”라며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비틀거리며 지구대 문을 나간다.

제점용 팀장은 하루 112출동 횟수가 1일 평균 38건의 월 1140건의 출동이 나간다며 여기 출동의 약 70% 이상이 주취자 관련 출동으로서 매일같이 술에 취한 사람들과 씨름을 하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문성복 경사는 우리나라의 술에 대한 관대한 음주문화가 문제라고 말한다.

취객의 112 신고 출동 사건처리시 인적사항을 파악해 귀가조치에 이르기까지 취객 1명당 약 1시간의 시간이 소요로 주폭자들의 범법행위로 인한 중요범죄 저지의 경찰력 낭비를 초래한다.

주취자 관련 신고 출동시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의 주취자를 112순찰차에 태워 지구대로 이동중 있을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현장 경찰관들의 심적인 부담이 크다. 만약 주취자가 지병을 앓고 있을 경우 의학적인 전문 지식이 없어 지병에 관하여 인지 못하면 이동시 사고 발생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현행법상 주취자들은 체포 할 수도 없으며 병원으로 보내고 싶어도 받아주지 않으며 주취자가 계속 길에 누워 이동을 거부하면 결국 지구대로 옮겨 정신 차릴때까지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

제점용 팀장은 절도사건으로 신고 출동해 현장을 확인하다보면 절도범의 아무런 흔적이 없어 절도 피해자에게 미안할 때도 있다고 귀뜸한다.

10시10분께 젊은 남녀 커플이 지구대로 들어온다. 내일 중요한 시험이 있다고 지구대 문을 들어서는 젊은 남녀 한쌍이 프린트를 부탁하니 직원이 안으로 들어와서 프린트 하시라고 하자 책상에 앉아 프린트를 한 후 고맙다며 인사를 하고 나간다.

지구대에서 치안 뿐만 아니라 대민 서비스가 많이 좋아졌다. 예전 같으면 경찰지구대를 찾기보다 근처 PC방이나 또 다른 곳을 찾아 문제를 해결했을 것을 스스럼 없이 지구대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경찰의 이미지가 많이 친근해진 것이다.

한 직원은 “예전에는 어린애가 울면 ‘경찰 아저씨한테 잡아가라’라고 말하곤 했는데 요즘은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많이 친근해진 것 같다. 초등학생들은 순찰 중에 다가와서 인사도 하고 장래 희망이 경찰관이 되는게 장래희망인 청소년도 많다”고 말했다.
제점용 팀장은 최근 경기도 수원에서 발생한 여성납치 살해사건이후로 가출신고가 많이 발생한다고 말하며 무분별한 가출신고의 경우 순찰 및 위치추적 수색을 위해 지구대 가용인력을 총 동원해 출동해야한다고 말했다. 곧바로 사건이 해결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가출신고가 난무하다보니 지구대 주어진 본연의 업무를 보는데 상당한 애로가 있다고 호소했다.

3 핸드폰 찾아 주세요
10시45분께 모범택시 기사와 승객으로 보이는 30대의 아주머니가 지구대로 들어온다. 택시기사는 억울해 죽겠다며 사람 말을 믿지 않으니 ‘미치고 팔짝 뛰겠다’ 소리치며 택시에서 여자가 핸드폰을 분실했는데 3×××호 택시를 탔었다고 하고 기사는 아니라 말하고 결국 택시의 블랙박스 열람 시간대별로 확인한 후 여자손님은 택시 타지 않은게 확인되고 나니 여자승객은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택시기사에게 ‘미안합니다’ 사과하고 겸연쩍게 택시비를 지불하고 지구대 문을 나선다. 취객이 핸드폰 분실 후 찾아 달라며 지구대를 종종 찾는다고 한다.

4 이유도 없는 묻지마 폭행
오전 1시30분께 노동일에 종사하는 남자가 인사동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개인택기사를 특별한 이유 없이 폭행해 지구대로 끌려 왔다. 이 남자는 택시 운전석 창문을 세게 두드리자 이에 항의하는 택시기사의 얼굴을 손바닥과 주먹으로 10회 가량 얼굴부위를 폭행해 경찰이 신고 출동 목격자를 확보하고 강력계로 인계했다.

이 밖에도 주차 차량 내 금품을 절취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주변 CCTV 탐문 수사 및 주변 목격자를 탐문해 절취범 체포와 사무실 앞에 주차된 차량의 소유주가 핸드폰 연락을 해도 받지 않는다고 시비가 되어 차량소유주를 폭행하여 신고 출동 사건 등 지구대 경찰관들은 한시도 쉴 틈이 없다. 야간근무로 인한 푸석한 얼굴이 피곤함을 증명하는 것 같다. 교대근무라고 하지만 주야간 교대제는 밤낮의 주기가 바뀌어 호르몬이 거꾸로 분비되다 보니 집중력의 감소와 수면 박탈, 생리적 리듬의 부조화로 만성 피로등 건강을 해치기 십상이다.

진주경찰서 비봉지구대의 관할 구역은 6개동(상봉동동, 상봉서동, 봉안동, 봉수동, 옥봉동, 중앙동)으로 인구 3만4000여명이며 경찰관 1명당 870여명을 감당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9년 경찰관 1인당 담당하고 있는 주민 수는 490명대로 이곳 비봉지구대는 평균 이상의 주민을 담당하고 있다.

이 지역 특성은 중앙시장을 포함한 서부경남 치안의 중심지역이고 금은방 및 다수의 금융기관이 소재하고 있으며 각종의 유흥업소가 밀집하고 있어 해를 거듭 할수록 치안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상업지역으로 이 지역에 상주하고 있는 인구보다 유동인구가 많아 불특정의 여행성 범죄가 빈번한 지역 특성을 가지고 있다.

비봉지구대 김대호 대장(경감)이하 팀장 등 경찰관들 모두는 경찰관은 “직장에 취직한 것이 아니라 투신한 것으로 천직으로 생각한다”고 입을 모은다.

5 비봉지구대만의 장점
연말연시 특별방범활동, 설명절 금융권순찰 총선 대선 등 비상근무가 있어도 시간을 쪼개어 함께 즐길 수 있는 산행이나 배드민턴 등 취미활동을 하고 취미 활동을 통해 서로간에 소통과 화합을 도모한다.

예를 들어 비봉지구대 순찰팀은 창원시 소재 적석산 산행중 1명이 넘어져 다리에 부상을 입었지만 서로서로 부축하여 정상을 오르고 하산까지 무사히 마친 일화가 있는데 이것은 상호간에 소통과 화합이 잘 빚어낸 팀웍이라고 말한다.

비봉지구대 전원은 큰소리로 시민들에게 말한다. “경찰을 믿고 응원해 주세요”, “‘경찰의 도움이 필요할 때 어디든지 도와주세요’라고 하면 경찰은 무조건 달려 갑니다. 한번 불러봐주세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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