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문 비상구는 항상 열려있어야 한다
생명의 문 비상구는 항상 열려있어야 한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11.2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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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철/거창소방서 예방대응과 예방지도담당

 
정부에서 주관하는 대부분의 정책이 관련부서에서 서로 협조하여 일을 추진해 나간다. 하지만 가끔은 정반대로 추진되는 일들이 있다. 해당부처에서는 꼭 해야 하고 하는 것이 바른 일이지만 결국은 모순되는 일들이 되곤 한다.
지금 제가 꺼내고 싶은 이야기가 그 흔하지 않은 사례 중 하나이다.
우리는 비상구를 항상 개방해야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중한 인명을 구할 수 있다는 뉴스를 가끔 본다. 정확히 바른 말이다. 아파트나 공동주택에서는 특히 비상구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 화재발생시 실제로 소중한 인명을 구한 사례도 숱하다.
생명의 문 비상구를 폐쇄하고 물건을 적치하는 행위는 생명의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며 화재로 인해 발생된 연기와 불길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숙달되지 않은 상황에 긴장하게 되고 집단적 패닉 상태에 빠지기 쉬우며 비상구의 위치도 파악하지 않은채 무작정 화재의 반대편으로만 도망가고, 심지어 밖으로 뛰어내리기 까지 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비상구를 닫아 놓으라는 뉴스를 볼 때가 있다. 문명사회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발생하고 현대인이 앓고 있는 우울증으로 자살사고가 증가하다 보니 경찰에서 내놓은 방안이다.
소방방재청에서는 비상구를 열어야 한다고 하고, 경찰청에서는 닫아야 한다는 결론적으로는 서로 상반되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 자신도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의문이다.
비상구를 열어놓든 닫아놓든 둘 중의 하나는 선택해야 한다. 또한 비극적인 운명을 선택하든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목숨을 잃든 둘 중의 하나는 비상구의 개폐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서 우리는 “선택”이라는 단어에 주목해 보자. 사람의 생명 모두가 소중하고, 그렇기 때문에 생명을 선택한다는 말 자체가 인간존엄성에 비추어 봤을 때 이치에 어긋나는 단어지만 실제로 이러한 생명선택의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반면, 화재가 발생하여 생명을 잃게 되는 것은 어떠한가? 이러한 결과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불가항력적인 요소이다.
우리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이 그 얼마나 고통스럽고 슬픈 일인지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를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벌써 9년전의 일이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 사고다.

이렇듯 비상구를 개폐해야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려야 시간이 지난 후에 옳은 결정이었다고 판단할 수 있을지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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