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향옥
응달거미 오그라진 손으로
바람을 타고 가는 소리 붙잡아
허공 벽을 치고 있다
뭉텅한 손톱으로 바람 지붕을 덮고
그 속에 풀잎 하나 심고
여자와 아이가 내다 볼 창을 만들고 있다
가슴에 가두어 둔 소리 꺼내어
마당기가 젖도록 화분에 소리를 걸고 있다
여자와 아이가 잠이 들고
차가운 별빛이 내려 앉으면
별빛 소리 잡아당겨 음표를 만들고
허물어진 벽을 똑딱독딱 고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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