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과 51.6
5.16과 51.6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12.2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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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시인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 부녀 2대에 걸친 준비된 대통령 등 각종 미사여구가 쏟아지는 아침이다. 박근혜 대통령당선자는 투표율이 70%가 넘으면 야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예측을 뒤엎고 75%가 넘는 투표에서도 51.6%의 지지를 얻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녀가 얻은 그 지지율이 왜 하필이면 51.6%일까? 아버지의 혁명의 날 5.16에서 점 하나만 오른쪽으로 옮겨 찍은 51.6%라니! 마치 제2의 5·16혁명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숫자의 마력인가? 우연치고는 기가 막히는 우연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이번 선거를 박정희 대 노무현의 후계구도로 몰고 가도 어떻게 이런 득표율이 나오다니!

박정희대통령이 10월 유신을 단행하던 해가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그때 우리는 학교에서 이런 노래를 배우고 불렀다.
“1. 일하시는 대통령 / 2. 이 나라에 지도자 / 3.삼일정신 받들어 / 4.사랑하는 겨레위해 / 5.오일륙 이룩하니 / 6.육대주에 빛나고 / 7.칠십년 대 번영은 / 8.팔도강산 뻗쳤네 / 9.구국의 새 역사는 /10.시월유신 정신으로”
그때 우리가 이 노래의 뜻을 어찌 알았으랴. 노랫말은 물론이고 5·16도 시월유신도 아무 것도 모르고 그저 부르라니 불렀던 것이다. 그리고 외우라면 다 외워야 했던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 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공영에 이바지 할 때다......”로 시작되는 국민교육헌장! 이것을 초등학교 1학년 때 외웠고 79년 10·26 박정희 대통령이 총탄에 쓰러지던 때가 고3이었으니 우리 세대는 초중고 전 학장시절 내내 대통령은 오직 박정희 한 분뿐이었다. 어디 이뿐이랴. 그때 학생들은 학교에서 외울게 너무 많았었다. 그 덕에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이 '새마을 노래'는 물론이고 “백두산에 푸른 정기 이 땅을 수호하고 한라산에 높은 기상 이 겨레 지켜왔네. 무궁화꽃 피고저도 유구한 우리 역사 굳세게도 살아왔네. 슬기로운 우리 겨레. 영롱한 아침 해가 동해에 떠오르면 우람할손 금수강산 여기는 나의 조국 조상들의 피땀 어린 빛나는 문화유산......” 이 '나의 조국'도 3절까지 지금 내 입에서 줄줄줄 터져 나온다.
문재인 후보자의 이미지가 내게는 윤동주의 '서시'와 '참회록'에 나오는 시적화자의 이미지였다면 박근혜 당선자는 아버지의 새마을 운동을 따라 새마음 운동을 만들어 그런지 '새마을 노래'와 '나의 조국'의 반주자요 지휘자로 와 닿는다.
왜 오늘 아침 박근혜 당선자를 보는 순간 내 뇌리에 40년 전에 입력된 이런 노래들이 갑자기 떠오르는가? 52년 전 박 당선자의 아버지가 목숨을 걸고 일으킨 5·16 혁명과 40년 전 국민의 뜻과는 달리 10월 유신을 감행했던데 대한 역사적 공과와 그 평가는 우리의 영원한 과제이기에 접어두고 다만 박정희 대통령과 5·16,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와 51.6라는 이 놀라운 숫자의 조화가 그저 신비할 뿐이다.
숫자로 운명을 점치는 책도 많이 나와 있고 이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는데 참 신기하다. 총칼로 무장했던 5·16혁명의 그 아버지와는 달리, 온전히 박정희 대통령을 그의 아버지로 둔 그 후광에 힘입어 51.6%라는 국민의 이 놀라운 지지를 얻어낸 그 딸은 이제 대한민국 역사에 어떤 족적을 남길 것 인가? 우선 청와대에 제2부속실부터가 필요 없어질 판이니 적잖은 이 변화들을 앞으로 잘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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