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기강 확립의 최우선은 악습근절이다
군 기강 확립의 최우선은 악습근절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7.1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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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수필가
통영효인음악학원원장
강화도 해병 총기 사건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돌발적 사고가 아니었다. 이번 사건은 군이 안고 있는 총체적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 준다. 군은 가해자 김 상병을 관심사병으로 분류했으나 심각하지 않다는 이유로 형식적인 면담만 했다. 특히 김 상병은 해병의 고질적 병폐인 ‘기수열외’로 선· 후임병으로 부터 따돌림을 받아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 있었으나 군은 눈치채지 못했다. 여기에다 총기관리는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병기고는 2명이 동시에 관리를 하도록 되어 있으나 병기고를 개방한 상태에서 관련자들이 모두 자리를 비워 김 상병에게 총기와 탄약 등을 훔칠 기회를 주었다. 초소에서 금지된 음주 흔적도 발견되었다.
이러한 사건이 끊이지 않는 근본적 원인은 일반사회와 병영 문화의 괴리에 있다. 아무리 군대라지만 시대에 따라 없어져야 하는 악습이 남아있다는 것은 군 기강과는 맞지 않는 퇴폐적이고 병리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반드시 근절돼야 할 병폐다. 하나 아니면 둘만 낳아 귀하게 자라온 지금의 젊은이들은 과거와 달리 구타나 인격적인 모욕 등을 견디지 못한다.  그럼에도 군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상습적인 구타와 가혹행위 전통’등과 같은 과거의 강압적인 병영문화가 잔존해 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부대관리 차원에서 군 간부들의 구태의연한 의식이 한몫을 했다. 이들은 이른바 군기확립을 내세워 사병들 간의 갈등을 방관해왔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해병대하면 인기 절정이었다. 배우 현빈의 자원입대가 마치 대한민국 수많은 젊은이들의 로망인 것처럼 너도 나도 현빈 따라 하기 열풍으로 해병대 입대신청이 줄을 잇기도 했다. 심지어는 경쟁률이 너무 치열해 해병대 들어가는 게 명문대 입시모양으로 비춰지기도 해서 장안의 화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물론 이와 상관없이 이왕 군에 가는 거라면 진짜 군인으로 가자는 마음으로 해병대를 지원한 젊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라도 해서 입대한 군생활의 현실은 그들의 기대와는 너무나 다른 상황이라는 걸 알게 된다. 시간의 흐름과는 무관한 전통적인 악습에 그들의 마음과 정신은 노출되어 감당하기 힘든 충격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자살이나 탈영 그리고 이번과 같은 총기사건이라는 결과를 낳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동안 군의 전통적인 악습에 관한 문제는 사회적인 많은 우려와 이슈로 다루어져 왔다. 그리고 사건이 발생할 때 마다 그때그때 땜질식으로 넘어가는 게 전부였다. 시간이 지나면 사건에 대한 전말은 하나의 자료로만 남게 된다. 이런 방법으로는 결코 오래된 악습의 사슬을 끊을 수 없다. 이번사건과 관련하여 과거와 같이 상급자의 학대 같은 병영 내 악습이 존재했는지, 아니면 군 생활 부적응 때문인지, 무기 관리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야 하고 무엇보다 군의 기본적요소인 인적자원에 대한 올바른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점을 조사하여 근원적인 대책을 세워야한다.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말이 상징하듯이 해병대에는 강군(强軍)의 전통이 있다. 그 전통이 이어지려면 지금까지의 잘못된 전통을 하나씩 바꾸어가는 것이 현명한 처사가 아닐까. 내부에서 총기 살해사건이 발생하는 해병대를 강군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군은 그동안 크고 작은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비슷한 내용을 다짐했으나 그 다짐이 오래가지 않았다. 여론이 잠잠해지면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곤 했다. 군이 병영문화 개선에 대한 절박한 문제의식 없이 그때그때 면피성 대책을 내놓았고 그것마저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해병대를 포함해 모든 군이 지금이라도 신세대에 맞는 병영문화를 고민해야 한다. 우격다짐 식으로 과거의 관행과 문화를 고수하려 든다면 또 다른 비극을 부를 공산이 크다. 결코 군 기강은 이전의 강압적인 악습에서는 더 이상 확립돼지 않는다는 것을 군은 이번 사건을 통해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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