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와 서열문화
권위주의와 서열문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1.0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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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택/진주문화원 부원장

우리의 인간관계 즉 부모와 자녀, 스승과 제자, 상관과 부하, 심지어 부부간에 있어서도 윗사람이 아랫사람에 대해 매우 권위주의적이라고 한다. 지금 권위주의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에 대해 말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권위주의는 비민주적이며 전근대적이라고 일컬어진다.

이와 같은 권위주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됨됨이 속 깊숙이 내면화되어 있거나 체질화되어 있는 것 같다. 그 점에서 기업조직의 장이나 간부 또한 그럴 것이고, 같은 근로자 내부에서도 높은 직책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가 또한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그와 같은 권위주의는 무엇에 의해 비롯되었을까? 우리는 말로는 민주주위를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되뇌면서도 자기 스스로는 매우 권위주의적인 인격과 인간상을 간직한 사람을 수 없이 목격하게 된다. 그것은 큰 모순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적 경영과 관리가 우리 기업의 이상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말하는 이론과 실제가 일치되어야 하고 합치 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론과 실제가 분리되는 속에 우리는 스스로의 말과 행동에서의 불일치를 적지 않게 노출시키게 된다.
이와 같은 권위주의는 바로 농경 사회가 갖는 생산·생활구조에 긴밀하게 연관되었던 것이다. 농경사회에서의 가족제도는 재산을 상속시킴에 있어 남계장자(男系長子) 중심이었으며 혈통과 유산을 중시하는 가산제(家産制)에 그 특색이 있다. 생산에 있어서도 남자는 농업, 여자는 가사로 분업이 뚜렷했으며 노동력에 있어서도 남자가 월등하다. 그 뿐 아니라 여자는 출가외인이지만 남자는 결혼과 더불어 아내의 노동력까지 겹쳐 얻게 되기 때문에 남자에 대한 선호(選好)가 더욱 놓아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농경사회의 농사는 수리(水利)와 밀접하게 관련되었으며, 일조, 계절풍, 강우량 등 기후의 예측 및 조건에 따라 크게 좌우되었다. 모든 백성이 편안히 살아가기 위해서는 비, 바람이 순조로워 풍년이 들어야만 했다. 그러므로 수령(守令)이나 임금은 수리와 기상(氣象)을 관장해야 했고 외적의 침입을 미리 막아야 했다. 이를 위해 권력과 권위가 집중되어야만 했다. 그러기위한 권력은 하늘이 내려준 것으로 정당화가 되었다. 그것이 곧 동양적인 신권사상(神權思想)인 것이다. 그래서 왕은 천자(天子)라 하고 그는 하늘과 백성의 매개자라고 믿게 되었다. 인군(人君)이라는 뜻도 그와 유사한 의미의 내용이다. 그 권력은 중앙집권적이다.
이웃인 일본은 명치유신 때까지만 하더라도 약 220여 년간 지방분권적인 봉건제를 유지, 존속시켜 왔다. 우리는 권력집중적인 전제군주제라는 점에서 일본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왕권은 권력을 집중시키고, 모든 권능(權能)을 한 손에 쥐고 있었지만, 권한을 제동하는 장치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자칫 생길지도 모를 권력의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폐단을 막기 위해 갖가지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성균관의 상소, 사관의 실록, 사간원의 간언(諫言) 등의 제도적 장치가 곧 그것이다. 전제군주인 왕은 권력으로 통치 하기보다는 윤리와 도덕적인 정사(政事)를 근본으로 삼았다. 인정(仁政)과 덕치(德治)가 통치를 밑받침했다고 할 수 있다. 즉 권력에 의한 통치라고 보기 보다는 권위에 의한 정치라고 말할 수 있다.
국가라는 것은 나라의 집을 뜻하며, 나라의 근본은 곧 집에 있음을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라(國)와 집(家)은 표리관계에 있는 것이다. 중앙 정치구조가 권력 집중형 이었기에 각 가정 또한 아버지 중심의 가부장적인 가족제도가 될 수밖에 없었다.
권위주의는 우리 농경사회가 낳은 필연의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와 같은 권위주의는 모든 사회관계나 인간관계를 상•하 수직적인 서열화(序列化)를 낳게 했다. 우리는 좋든 싫든 서열문화와 권위주의 속에서 긴 역사와 전통을 이어왔고 그것은 우리의 사고와 행동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다소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하나의 뿌리를 뻗고 있음이 현실이라 하겠다.
우리의 산업화 과정에 있는 기업 사회에서도 여전히 권위주위가 강한 뿌리가 되고 있음이 사실이다. 이와 같이 서열 문화적인 속성과 권위주의 뿌리가 현대화 과정에 어떻게 우리사회에 투영되고 있으며, 민주화의 가치지향에 어떻게 조절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곰곰이 한번 생각 해 봄직한 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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