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권하는 사회
자살을 권하는 사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1.1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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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태/국립 경상대학교 축산학과 교수

 
최근 우리 사회는 유명인들과 노동자들의 자살이 잇따르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故 최진실 씨의 남편이자 전 프로야구 선수였던 조성민 씨가 자살을 했고, 명품 드라마였던 아이리스와 아테나의 제작자인 조현길 대표가 자살을 했다. 또 지난 대선이 끝난 후 4명의 노동자들의 잇달아 자살을 하며 우리를 충격에 빠트렸다.
대한민국은 자살률이 하루 평균 42.6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특히 청소년 자살률은 압도적인 1위로 자살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무엇이 이 땅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자살로 몰아가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그 이유로 절망을 꼽는다. 사람은 희망을 잃고 절망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다.
자살이라는 것은 주위 환경으로부터의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 그것을 피할 통로가 없다고 느껴질 때 쉽게 저지른다. 그래서 사회 환경과 문화가 개인에게 주는 압박이 크면 클수록 자살률은 높게 나타난다. 이 말은 아무리 사회적 환경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문화적으로 희망의 분위기를 조성하면 자살률을 낮출 수 있음을 함축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사람을 절망하게 만드는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먼저 유명인들의 자살을 보도하는 언론의 보도행태가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사회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하게 여겨 자살을 시도하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조성민 씨의 자살을 보도했던 우리나라 언론들을 살펴보면, 자기들이 스스로 만든 ‘자살에 관한 보도준칙’을 철저히 외면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 결과, 각종 언론매체는 마치 ‘베르테르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를 조장했다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우리 사회는 언론을 통해 유명인의 자살과 관련된 보도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면 일반인의 후속자살이 최대 14.3배나 높아진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가 사회적으로 자살의 분위기를 폭발시키는 ‘방아쇠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즉, 사회적 환경의 압박으로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빠진 사람들이 그 해결책으로 언론의 자살 보도를 참고해 자살의 방아쇠를 당기게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자살의 분위기를 조장하는 현재와 같은 우리 언론의 보도행태는 전면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노동자들을 연쇄 자살로 이끌고 있는 노동운동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보아야 한다. 물론,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노동자들을 좌절시키는 수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을 순교처럼 예찬하고, 그렇게 죽은 사람들을 열사처럼 영웅시하는 문화는 이제 그만 지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유야 어떠하든지 간에, 모든 죽음은 우리가 마지막까지 막아야 할 사회적 비극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노동운동을 하는 분들은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어떤 시도나 분위기도 조장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어렵겠지만, 노동자들의 투쟁은 가급적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실현 가능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자들에게 현실 불가능한 환상을 주입하면, 그것을 믿고 투쟁하던 노동자들이 현실의 벽에 부닥치는 순간 좌절하게 되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만 남기 때문이다. 투쟁보다 소중한 동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제 우리의 운동권 문화는 지혜롭게 변화되어야 한다. 우리는 1990년대 초반 대학생들의 잇단 자살에 김지하 시인은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고 일갈했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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