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려면 먼저 배려하라
소통하려면 먼저 배려하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1.2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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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태/국립 경상대학교 축산학과 교수

 
최근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소통’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다. 아마도 뭔가 소통이 잘 안 되니까 소통이 필요해서 소통을 외치는 것 같다. 정치권에서는 국민대통합을 위한 소통을 강조하고 있고, 기업들도 원활한 경영을 위해 각 부서와 부서원 간의 소통을 외치고 있다. 또 학교에서도 선생님과 학생들 간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하고, 가정에서조차 부모와 자녀들 간의 소통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마치 온 나라가 소통의 과잉이 넘쳐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심지어 어떤 정치인은 소통을 강조했던 MB정권의 가장 큰 문제점이 ‘소통부재’였다고 꼬집으면서, 새 정부는 국민대통합을 위해 ‘소통전담기구’를 설치해야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도대체 우리 사회는 소통이 얼마나 안 되고 있기에 이처럼 모두가 목소리를 높여 소통을 외치는 ‘소통공화국’이 되었을까?

국어사전을 보면, 소통은 ‘사물이 막힘이 없이 잘 통함’ 또는 ‘서로 잘 통하다’라고 정의되어 있다. 서로가 막힘이 없이 잘 통하는 것이 소통인 것이다. 그러니까 소통이 잘 이루어지려면 서로가 막힘을 만들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로가 자기의 생각만 주장하거나 자기의 입장만 고집하면 소통은 막힌다. 그러므로 상대방에게 나의 입장을 설득하려는 노력보다 먼저 상대방의 말을 듣고 그 입장을 이해하려는 배려가 우선되어야 한다. 따라서 만약 우리 사회가 현재 소통이 잘 안 되고 있다면, 무엇보다 먼저 상대방의 입장이나 기분을 배려하지 않고 나의 생각이나 입장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선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 국내 최고 재벌기업인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 아들이 ‘사회적 배려대상자’의 자격으로 국제중학교에 입학한 것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아니, 논란은 비판에서 그치지 않고 많은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는데,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고, 절차상으로도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관계를 확인해보면 그들의 말에는 틀림이 없다. 분명히 삼정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09년 임세령 대상그룹 상무와 합의 이혼을 해 그의 아들이 ‘한 부모가정 자녀’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말이 옹색하고 궁색하게 느껴져 허탈한 웃음이 나오는 이유는 국민 대다수의 생각과 큰 차이, 즉 큰 막힘이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국민의 생각을 먼저 배려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병철, 이건희,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가가 얼마나 대단한 집안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대한민국의 사회적 배려대상자라고 주장한다면 이 보다 더 웃기는 블랙코미디는 없을 것이다. 법적인 문제나 절차상의 하자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진짜 사회적 배려대상자를 배려하지 않는 웃기는 짓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만 먼저 주장하고 고집하는 것은 경우가 없는 경우로 허탈한 웃음을 나오게 만든다. 그러나 허탈한 웃음이 나오는 진짜 이유는 경우가 없는 사람이 어떤 조직이나 국가의 중요한 자리에 있으면 그 조직이나 국가는 소통의 부재로 몰락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슬픔에 있다.

이제 곧 있으면 우리나라는 국민대통합을 외치는 새 정부가 출범한다. 지금 한창 그 새 정부를 이끌 새 인물들로 새 판을 짜고 있다. 부디 그 새 판에는 자기의 주장이나 입장보다 상대방을 먼저 배려할 줄 아는 존경받는 인물들이 가득차길 바란다. 그리하여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새 정부의 대한민국이 되어 허탈한 웃음이 아닌 화통한 웃음이 나오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제 허탈한 웃음을 참는 것도 지겹기 그지없다는 것을 그 분이 꼭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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