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찬가
달팽이 찬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7.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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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숙/진주교대부설초등학교 교사

본격적인 무더위의 시작으로 학교 교정에 신록의 물결이 넘실대기 시작한다. 지난 겨울 건물 뒤쪽의 응달에는 꽁꽁 얼어붙어 커다란 나무마저도 추위를 잘 이겨낼 지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어김없이 응달에도 여러 가지 식물들이 싹을 틔우고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다. 수선화, 맥문동, 꽃창포, 비비추 등 나름대로 자기 할 일을 하기 위해 아침에는 이슬을 받아들이고, 저녁에는 함초롬히 양분을 모으고…응달이지만 그러한 모습들은 아이들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아침부터 “선생님, 제 손안에 뭐가 있을까요” “알아 맞춰 보실래요” 등굣길은 바쁘고 교실 안은 소란하다. 작은 고사리 손을 펼치는 순간, 너무 놀랐다. 달팽이였다. 작은 새끼 달팽이들을 잡아서 귀엽다고 모여들어 구경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아침에는 이슬이 있어 달팽이들이 밖으로 나오는데 아이들이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만지고 키워보고 싶어서 잡아온다. 교실의 책상 위에 놓아두고 기어가는 모습들을 관찰하려고 야단법석을 하면 70%이상의 습도를 좋아하는 달팽이들에게는 괴로움일 것이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나무라며 무조건 달팽이를 살려 주라는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한다. 더듬이를 만지고 등껍질을 들었다 놓았다하면서 정말 좋아한다.
요즘 아이들은 잘 놀 줄을 모른다. 짧은 쉬는 시간 10분 동안에 운동장에서 축구하기, 야구, 농구하기 정도이다. 그 옛날 우리들은 계절마다 다른 놀이가 있었다. 봄이면 버들피리 만들어 불기, 술래잡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여름이면 고무줄놀이, 사방치기, 공기놀이, 냇가에서 수영하기, 물고기잡기, 가을, 겨울이면 말타기, 자치기, 스케이트 타기 등 종류도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바깥놀이가 없고 실내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정도이다.
이런 아이들의 눈에는 작은 달팽이 한 마리도 손으로 만져 볼 수 있다는 것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달팽이를 잡아서 빈 페트병에 풀을 뜯어 넣고 달팽이를 키우겠다고 물을 뿌리고, 넣었다가 꺼냈다가 손으로 만져서 기절을 시킬 정도로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어 버리는 달팽이가 학교에 많다.
이제 어릴 적 심신을 발달시켜 주던 다양한 놀이들이 잊혀져가고 있다. 놀이는 방법이나 규칙을 잘 모르면 재미가 없어진다.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놀이의 방법을 잘 모르고 놀이도구가 구하기가 쉽지 않아 자연적으로 우리 곁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달팽이는 자연 속에서 그들과 살아가며,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즐겁게 놀 수 있는 자연적인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건전한 놀이를 통하여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행복하게 생활하는 어른으로 성장해 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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