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은 만들고 덕은 나누자
복은 만들고 덕은 나누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2.0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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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국학원장·전국민족단체협의회 상임회장

 
어김없이 계사년 정월 초하루, 설날이 다가온다. 왜 ‘설날’인가? 새로운 일 년이 일어 ‘서는 날’이라는 풀이가 많다. 설날이 되면 고향을 찾는 민족의 대이동이 일어나고 성묘를 하고, 부모님, 일가친척, 동네 분들에게 인사를 다니기에 분주하고 집집마다 웃음꽃이 피어난다. 아이들은 오색찬란한 때때옷을 입고, 어른들에게 세배를 올리고 선물과 세뱃돈과 덕담을 받고, 떡국을 나누어 먹는다. 떡은 ‘덕이 깃든 음식’이니 덕이란 하늘의 크디 큰 사랑이다. 밥이나 국은 만들어서 혼자, 또는 식구끼리만 먹지만 떡을 만들어 혼자 먹는 사람이나 집은 없다. 그런 사람은 덕이 뺑소니 친 사람이니 ‘뺑덕어멈’이 될 뿐이다. 설날은 모두 가슴을 열고 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시라.’ 는 덕담을 나눈다.
복이란 무엇일까? ‘福’이란 한자를 풀어보면 ‘입으로 들어 갈 먹 거리가 있는 밭을 (볼 수)있다.’는 뜻이다. 먹 거리가 확보되었으니 얼마나 큰 복인가. 서경 주서의 홍범편에는 인간의 복을 다섯 가지로 분류하였다. 첫째 수(壽), 둘째 부(富), 셋째 건강(康寧), 넷째 호덕(好德), 다섯째 평안한 죽음(終命)이니 일컬어 ‘오복(五福)’이다. 우리의 이름에도 ‘칠복’이 ‘오복’이라는 이름이 흔하다. 이토록 복을 받기 위하여 인간은 평생을 노력하고도 빌고 또 빈다. 나만, 우리만 잘되면 된다는 종교적 이기주의로 갈등과 다툼이 대를 이어 일어나고 이것이 인간의 역사이기에 ‘기복신앙’이 위험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복을 받겠다고 이름난 산에서 밤을 새워 기도하고, 이름난 사람한테 가서 돈을 바친다. 그러나 진짜 복을 받고 싶다면 주위 사람들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복은 사람들의 사랑과 신뢰에서 오기 때문에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부터, 가장 작은 일에서부터 신뢰와 믿음을 쌓아야 한다. 서로 존경을 주고받아야 하며 그것이 이 세상에서 자기를 보호하고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복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존중해야 한다.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남도 존중하지 못하고, 남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을 그 누가 존중할 것인가. 존중과 신뢰, 그것이 바로 복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복은 받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서 나누어 가지는 덕을 베푸는 것이 본래의 뜻이다. 그러기에 ‘복 많이 받으세요.’가 아니라 ‘복 많이 지으세요.’ 라고 하는 것이 한민족의 원래 새해덕담이다.
한민족의 거룩하고 위대한 경전인 참전계경 제232조에는 ‘복이란 선한 일을 했을 때 찾아오는 경사로서 여기에는 여섯 가지의 문과 마흔 다섯 가지의 집이 있다.’라고 가르친다. 여섯 가지 큰문으로 복이 들어온다는 뜻이고 그 문의 각 이름은 인(仁), 선(善), 화(和), 순(順), 관, 엄(嚴)이다. 아마도 유관순처럼 우리나라 국민의 이름에 가장 많이 쓰여 지는 단어들일 것이다.
‘00 부동산’이란 상호는 얼마전만해도 ‘00 복덕방’으로 불리었다. 집이나 땅을 팔고 사는 것을 중간에서 조정해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 복덕방이니 그야말로 새 집, 새 땅에 복과 덕이 깃들라는 마음이다. 최근 투자와 재산증식의 각종 전략으로 기업화하면서 축복의 마음은 사라진 채 부동산이라는 차가운 경제용어로 전락했다. 복은 만들고 덕은 나누는 것이다. 새해에는 만인이 만인의 복덕방이 되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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