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Sophie)의 세계
소피(Sophie)의 세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2.06 16: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봉진/수필문우회 회장

1995년 늦가을 일본 도쿄에 출장을 갔을 때다. 길거리에 보이는 서점마다 요란한 현수막을 걸고 소피의 세계란 책을 점두(店頭)에 잔뜩 쌓아 놓고 팔고 있었다.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각 시대의 철학자들의 생각들을 시대 순으로 해설해서 들려주는 알베르토 크녹스 선생님은 어떤 존재인지, 또 그러한 철학사 이야기를 듣고 있는 소피라는 주인공 소녀의 정체는 무엇인지, 책을 읽어 갈수록 점점 더 궁금해져서 책을 끝까지 놓지 못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바로 그러한 이 책의 기술 체계 자체가 탁월한 장점이고 바로 그러한 특성이 이 책을 1990년대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평가를 받도록 한다.

책 가운데서 마르크스를 다룬 장에서 소피는 안데르센의 동화 성냥 파는 소녀 의 주인공인 가난한 소녀와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 속에 나오는 수전노 자산가 스크루지를 만난다. 바로 그들이 마르크스가 살던 시대적 배경을 가장 잘 나타내는 인물들로 등장하는 것이다.

소피는 먼저 스크루지와 마주친다. 풀덤불이 무성한 들 한가운데 커다란 책상을 놓고 책상머리에 앉아 무엇인가 계산을 하고 있었다. 소피가 인사를 하자 자기는 큰 부자이지만 한 푼도 낭비하면 안되니까 부기(簿記)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고 자기 소개를 했다. 소피는 그와 헤어지자 누더기를 걸친 성냥팔이 소녀를 만난다, 소피는 그 소녀를 데리고 스크루지에게 가서 가난한 소녀를 돌봐주도록 부탁을 한다. 스크루지는 “그러자면 돈이 든다. 돈은 한 푼도 낭비할 수 없다”며 거절을 한다. 그러자 가난한 소녀는 성냥불로 풀 덤불에 불을 붙여 버린다. 불길이 타오르자 두 사람은 모두 소피의 눈앞에서 사라지고 만다,

소피는 다시 크녹스 선생님을 오두막 앞에서 만나 집안으로 들어가 마르크스 철학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는다. 마르크스의 사적유물론(史的唯物論)이 우선 논의된다. 헤겔은 역사를 움직이는 것을 ‘세계정신’으로 보았으나 마르크스는 ‘사회적 경제력’이 역사를 움직인다고 보았다. 물질적, 경제적, 사회적인 상황 즉 ’하부구조’가 종교, 도덕, 예술, 철학. 과학 같은 ‘상부구조’를 지지하고 있으며 ‘상부구조’는 ‘하부구조’를 반영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이야기가 진행되고 끝나는 동안 마르크스는 소피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소피의 세계는 노르웨이에서 1991년에 처음 발간되었다. 1994년 독일에서 자국어로 번역 출간되자 바로 독일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고, 곧 독일에서 초 베스트셀러가 되어 300만 부나 판매되었다. 1995년부터는 세계 53개 언어로 번역이 되어서 전세계적으로 현재까지 총 3천만 부 이상 팔렸다.

저자 고르데르는 그의 부인 시리 단네비그(Siri Dannevig)와 공동으로 1997년 소피의 세계를 발판으로 한 소피상(Sophie Award)을 제정했다. 이 상은 국제적인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매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6월22일 미화 10만 달러를 그 해의 수상자로 선정된 개인 또는 단체에게 시상하고 있다. 고르데르의 따뜻한 마음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