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서 40대 장애 1급 3남매 고교 졸업
하동서 40대 장애 1급 3남매 고교 졸업
  • 하동/이동을 기자
  • 승인 2013.02.1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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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근ㆍ보숙ㆍ윤씨 오는 3월 진주 장애인 특수학교 진학

14일 오전 10시 제61회 졸업식이 열린 하동고등학교 청운체육관. 이날 졸업식장에는 아주 특별한 졸업생이 있어 눈길을 모았다.


주인공은 하동군 양보면 지례리에 사는 40대 지체장애 1급 성태근(45)·보숙(42)·윤(40) 씨 3남매. 휠체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들 세 남매는 지난 3년간 숱한 역경을 모두 극복하고 가족과 교사, 동료 학생들의 축복을 받으며 빛나는 졸업장을 받게 된 것.

이들 남매는 오는 3월 진주에 있는 장애인 특수학교에 나란히 진학해 자신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전문교육을 받게 된다.

사실 이들 남매가 장애인 특수학교에 원서를 넣기 전 사회복지학과가 있는 진주·창원지역의 일반 대학 3곳에 지원했지만 신체적 장애 때문에 쓴잔을 마셨다.

그러나 배움에 대한 열정은 그들을 막지 못했다. 잇단 실패에도 이들은 2년제인 진주 혜광학교에 원서를 넣어 태근 씨는 도예과, 보숙 씨는 원예과, 윤 씨는 포장조립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성씨 남매는 어린 시절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모두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아 학업이 어려웠으나 진교초등학교의 배려로 일주일에 세 번 하루에 4시간씩 방문수업을 받으며 2007년 초등과정을 마쳤다.

그해 하동 중앙중학교에 입학한 이들은 특수반 교사와 나이 어린 급우, 학교 측의 관심과 도움 속에 매일 6시간씩 3년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2010년 3월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휠체어에 의지하며 가족이나 도우미의 보살핌이 없이는 생활조차 힘든 몸이지만 자신들의 꿈을 실현코자하는 의지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고등학교 입학 이후 2년 반 동안은 특수교육 보조교사의 도움(카풀)으로, 나머지 반년은 콜택시를 타고 등교한 이들은 다른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같은 교실에서 같은 정규수업을 받으며 3년을 지냈다.

몸이 불편한 탓에 체육수업은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그 시간에는 그림 그리기나 독서, 신문읽기 같은 자율학습으로 대체한 반면 수련회나 수학여행, 소풍 같은 대외 활동에도 빠짐없이 참여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학습도움실 하미진 특수교사는 “몸이 불편하다 뿐이지 배우고자하는 열정과 학업 태도는 다른 학생들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며 “세 남매 모두 자신들이 좋아하는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들 남매는 관심분야도 달랐다. 태근 씨는 그림그리기를 좋아해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고, 보숙 씨는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장래의 꿈은 국회의원(비례대표)이 되는 것이다.

보숙 씨가 국회의원이 되려는 것은 자신들처럼 힘들게 생활하는 장애인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장애인 자녀에게 헌신한 가족에게 뭔가 보탬이 되기 위해서란다.

그리고 막내 윤 씨는 전자기기를 고치고 조립하는 것이 적성에 맞아 혜광학교도 포장조립과에 진학하게 됐다.
보숙씨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오전 4시에 일어나 등교를 도와준 어머니(오봉점·68)와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주신 아버지(성재현·75)는 말할 것도 없고, 소중한 시간을 같이 해준 동생 같은 학우들, 그리고 늘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어준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며 “비록 몸을 불편하지만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고 졸업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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