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근세의 성리학(性理學) 사상(Ⅰ)
중국 근세의 성리학(性理學) 사상(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2.1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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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웅/한국국제대학교 석좌교수,지리산막걸리학교 교장

송에서 명말까지 600년은 중고사(中古史)에서 심각했던 외래사상의 범람과 중국 전통사상이면서도 불교와 공통성을 지닌 노·장 사상의 압력에서 벗어나 유가 부흥의 새로운 기회로서 중국 문예부흥 시대를 조성했으니, 곧 불학 위주의 사상에서 신유학, 즉 이학의 시대로 전환된 것이다.

학술상으로 볼 때 한에서 당까지의 중고사나 송에서 명까지의 근고나 모두 주소(注疏) 일색이어서 사실상 중고 시대의 연속인 셈이나, 중고가 문구에, 근고가 의리에, 각각 치중한 점이 다를 뿐이다.
사상적으로 비록 이학이 상고과 중고 유학의 부흥이라 하지만 구세적으로 발랄한 정열은 보이지 않고 심지를 속박하고, 현실을 도피하는 소극적이며 고조한 도학적 분위기와 농후한 산림정신이 깃들어 있었다. 그것은 이학 자체가 당대 혜능에게서 완성된 선종의 여파로 타고, 다시 도가의 이론을 혼합하여 천과 이, 심과 성을 논급케 되었는바, 사실상 불교·도교의 유화인 것이다. 따라서 송·명의 유학이 중국사상에 공헌한 것은 바로 여기 불학을 융화시킨데 있다.

공·맹 유학의 기반에다 불·도사상을 융화하면서 우주와 인생을 연결시킨 형이상학적 이론인 성리학(性理學)은 주염계의 ‘태극도설’, 소강절의 ‘황극경세서’, 장횡거의 ‘정몽’·‘역설’, 정명도·정이천 형제의 ‘이정유서’ 등으로 그 기초를 삼으며, 그 뒤를 이어 주자(朱子)가 성즉이(性卽理)라는 이학의 중심관념을 세웠고, 다시 심즉이(心卽理)설로서 주자와 대립한 육상산(陸象山)에 이르러 분파되었으나, 역시 주자학설이 득세하여 성학(性學) 시대를 이루다가 명(明)대의 왕양명(王陽明)이 나와 육상산설을 계승 발양시키면서 판도는 바뀌었다.

이로써 이학의 발전을 대강 살폈기로, 이같이 발흥한 원인으로 일찍이 당대 한유(韓愈)나 이고 등의 유학부흥희 계기 조성과 위·진 시대 때 하안(何晏)이나 왕필(王弼) 등이 도가적인 관점으로 유가서적을 주석하였던 시도와 송유(宋儒)들이 한유(韓愈)들의 훈고학과 당대의 사장(詞章) 등의 기풍에 대한 반발, 그리고 일반적으로 불가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신앙과 송 대에 들어 번창하기 시작한 서원(書院) 등의 힘을 입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중요한 성리학자 주염계·소강절·장횡거·정명도·정이천·주자 ·육상산·왕양명 등 여덟 사람을 중심으로 그 사상을 정리키로 한다.

① 周 敦·(1017~1073) : 송대 이학의 개조(開祖)인 염제는 역학을 근거로 하여 우주의 절대적 본체를 태극에 두었고, 태극엔 음양·동정(陰陽動靜)의 두 가지 성능을 지니고 있으므로 여기서 수화목금토 등 5기가 분포되고 4시가 운행된다 했다.

한편 ‘무극’은 노·장에서 볼 수 있는바 무극과 태극 사이엔 선후 관계를 가진 듯 보인다. 따라서 ‘무극이태극’은 무극으로부터 태극을 형성한다는 뜻이니, 이는 천지개벽에 대한 경과를 말한다. 여기서 염제는 1리 2기 5행의 도로서 본체와 우주론을 집약했는데 1리는 태극, 2기는 음양, 5행은 수·화·목· 금·토를 가리킨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보고, 인간에게 태극의 이치를 부여했다고 보는 바, 태극의 이치는 이른바 성(誠)으로 성은 순수한 지선(至善)이거늘, 성인은 다만 진실(誠)할 따름이라 지적했고, 동시에 오륜)의 근본이며 백행의 근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성은 형이하적인 행동으로 표시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자연의 이치에 따라 인위를 멀리 떠난 조용한 것이라고 그 유심성을 제시했다.

② 邵 雍 (康節, 1011~1077) : 강절은 태극·양의·사상·팔괘 등의 연변으로 만물의 화생(化生)을 설명했는데, 역시 태극을 본체로 하고 ‘사(四)’라는 기수(基數)에 의거 구성 발전했다.

그런데 그는 우주의 법칙을 인간의 심리법칙에 결부시켜 ‘마음이 태극이다(심위태극)’ 혹은 자연과 인간은 표리(表裏) 관계를 갖는다. 그리고 천지만물의 도는 사람에게서 다 된다는 등의 인본위론이나 유심론은 인간을 최고의 지위에 올려서 자연을 관찰케 했고, 상기한 유심론은 드디어 천지간의 만상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화엄종의 유가화라 할 수 있으며, 그 ‘심위태극’설은 육상산(陸象山)의 절대유심론과 비슷하나 강절이 말하는 심(心)은 천지만물의 운전변화를 모두 인심을 통해 관찰함에 불과하다.

③ 張  (橫渠, 1020~1077) : 만물의 본체를 기(氣)로 보고, 그 기가 분산되어 아직 모이지 않은 상태·무형(無形)을 태허(太虛)라 하며 태허는 기의 본체가 된다. 기가 변화한다면 태허는 변화가 없다. 따라서 기엔 작용이 있으니, 음양의 양성을 지니고 모았다(聚)흩어졌다(散) 한다. 기가 모이면 만물이 이루어지고 기가 흩어지면 만물은 훼멸된다.

사람 또한 기의 모임으로 이룩되었으나, 그 기는 균형을 유지 못하고 때로 편의(偏倚) 현상을 빚어 강유(剛柔)·완급(緩急) ·지우(智愚)의 분별이 생긴다 하였고, 동시에 인간 본성엔 천명이 만물에게 부여한 순수지선인 ‘천지지성’과 사람이 형체를 부여받은 뒤 기를 겸한지라 선악이 기질의 청탁에 영향받은 ‘기질지성(氣質之性)’이 있다고 전제하면서 그 악한 기질을 교화로써 선에 환원케 하면 천지지성이 스스로 존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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