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행사
졸업식 행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2.1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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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상/경남과학기술대학교 식품과학부 교수

매년 2월은 졸업의 시즌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말미에는 대학교의 졸업식이 준비 중이다. 며칠전 딸아이의 3년간의 고등학교 생활을 마감하는 날이었다. 내가 졸업했던 30여 년 전의 식장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연출이 재미있다. 엄숙하고 무게감이 느껴지는 옛날과는 많이 다르다. 사회를 보는 선생님의 매끄러운 진행솜씨에 맞게 학생들의 얼굴은 온통 웃음과 즐거움뿐이다.

학생회장의 주도에 따라 학생들은 젊은이들의 노래로 모두 합창한다. 목소리 높여 포효한다. 그 내용은 알아들을 수 없는데 다들 열심히 외쳐댄다. 졸업식장이 떠나갈 것 같은데 학부모님들의 표정도 싱글벙글하다. 가족들 한손 한손 마다 꽃다발을 들고 있다.

이날 같이 자리하신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는 마침 오늘이 갑장분들 곗날인데도 불구하고 식장을 찾으셨다. 하시는 말씀으로 계는 한 달마다 돌아오지만 손녀 졸업식은 일생에 한번 뿐이라고 하신다. 한 시간 정도 또는 한번 사용하면 용도가 사라지는 꽃다발이지만 한 묶음 다발을 만드셨다. 깔끔하게 차려 입으신 옷매무새가 참 좋다. 잔치집에 초대 받으신 모습으로 온 얼굴에 웃음을 가득 담은 채로 흐뭇해하신다. 이것이 축복이고 행복인가 싶다.

마침 이날은 햇살이 좋아 봄기운이 완연하다. 정원에 심겨진 매화나무도 망울을 한껏 부풀리고 있다. 바람은 아직 차게 느껴지지만 햇살만큼은 벌써 봄이다. 학교 운동장이 온통 사진 전문가들로 여기저기서 졸업식 작품 촬영대회가 펼쳐진다. 마침내 딸을 만나고, 오빠 사진사로부터 정면사진 몇 장을 연출했다. 난 은근히 딸아이의 손을 바라보았다. 졸업장 외에 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졸업식은 좋은 것이다. 기나긴 시간을 인내로서 감당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졸업하신 모든 분들을 축하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매번 정규과정을 졸업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내게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졸업식은 십삼년전의 일이다. 미국의 AIB(American Institute of Baking) 과정을 수료할 때 였다. 1910년에 개원한 AIB는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의 사람들이 제과 및 제빵에 대한 교육을 받기 위하여 몰려든다.

서양인들의 주식인 빵과 케이크의 과학적이고 위생적인 생산 및 운영을 위한 과정으로 체계적인 공부를 16주간 받게 된다. 영어를 썩 잘하지 못해 매번 이루어지는 수업에 애를 먹었다. 빵의 재료가 되는 밀의 화학수업은 별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생산된 빵의 판매 등 공장 경영을 위한 분야는 용어부터가 생소해서 밤마다 복습을 해도 도저히 따라 갈 수 없었다.

1999년에 같이 AIB를 등록한 60명 중에는 한국말 하는 사람은 혼자였다. 미국인을 제외하고는 멕시코, 프랑스, 일본, 콩고, 가나, 브라질 등의 나라였다. 그나마 일본에서 온 급우들이 유일한 동양계로서 친해질 수 있었다. 그 때만 해도 수업 끝나면 유일한 즐거움이 담배를 피우는 것이라 강의 종료 벨이 울리자마자 같이 어울려 두 대씩 피웠다. 주말이 되면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나누기도 했다.

길게만 느껴지던 16주의 교육기간이 끝나고 졸업장을 받는 날에 아내와 아들 그리고 딸을 초대해 함께 졸업을 축하했다. 나로서는 꽤 좋은 평균성적을 얻었다. 낙제되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쓴 덕분이다. 여섯명은 성적미달로 졸업을 하지 못했다. 졸업생 각자에게 증서를 수여했다. 그 동안 있었던 즐거움과 아쉬움의 얘기를 나누면서 시간에 매달리지 않는다. 각 나라마다의 전통 복장을 입고서 그 동안 함께 했던 교수들과 스텝들이 졸업생을 중심으로 에워싸고 기념촬영을 했다. 마지막에는 졸업생 모두와 온 구성원들이 함께 사진으로 기록을 남겼다. 귀가하는 내내 눈물을 참기 어려웠다.

졸업식장은 졸업생이 주인공이다. 그래서 졸업생을 위한 행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제지간에 눈 맞춤할 수 있는 졸업식을 꿈꾸어 본다. 난 졸업식 때가 되면 실험실 생활을 했거나 내가 담당했던 학생들에게 매번 책 한권씩을 선물하고 있다. 다음 주에는 우리대학도 졸업식이 마련된다. 지금 졸업생들에게 줄 책을 고르는 것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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