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손의 두 단편소설
호손의 두 단편소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3.0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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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진/수필문우회 회장

너대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 1804~1864년)이 쓴 글 가운데 ‘데이비드 스완(David Swan)’이란 단편소설이 있다. 첫머리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들은 우리의 인생행로를 실제로 좌우하고, 최종적으로는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게 되는 사건(event)에 대해서조차 부분적으로밖에 알 수가 없다. 인생에는 그 외에도 많은 일이 생기는데, 그런 것도 사건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우리들 바로 옆까지 왔다가도 현실적으로는 아무런 결과도 일으키지 않고 지나가버리는 사건도 있고, 우리들의 마음 속에 빛이나 그림자가 지나치는 것을 느끼고 어떤 사건이 가까이 근접했다 가는 것을 그제서야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다.

여름 날 아침 일찍 길을 나서서 정오 가까이까지 걸어서 길을 가던 그는 나른하기도 하고 점점 더해가는 더위도 견디기 어려워, 남은 길은 역마차를 타고 가기로 마음을 정한다. 그때 마침 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잠시 쉬기에 적당한 그늘을 발견한다. 작은 단풍나무 숲 속 우물가였다. 그곳에서 1시간 정도 기분 좋게 낮잠을 자는 동안 그의 옆을 부유한 상인의 양아들이 될 수 있는 행운이 접근했다가 가고, 아름다운 아가씨가 다가와서 잠자는 그에게 이끌리는 등 그냥 놓치기에는 너무 아쉬운 기회도 잠시 찾아온다. 곧이어 칼을 지닌 흉악한 2인조 강도의 치명적인 공격을 받을 위기에 처하지만, 우연히 물을 마시러 나타난 개가 이 재앙을 모면하게 해준다. 잠이 든 사이에 이러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눈을 뜬 데이비드는 바로 달려온 역마차를 세워 타고 그곳을 떠난다.

‘데이비드 스완’을 처음 읽은 것은 중학교 때 영어 부교재에서였다. 물론 저학년 교재용으로 내용을 쉬운 문장으로 간략하게 옮긴 글이었지만, 뒤에 대학생이 되어 원문을 애써 다시 찾아서 읽어 볼 정도로 어린 마음에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

역시 중학생 때 읽고 끌렸던 또 하나의 단편으로 ‘큰 바위 얼굴’이 있다.
높은 산들로 이루어진 깊은 계곡에 한 마을이 있었다. 어니스트(Ernest)라는 한 꼬마 아이가 어머니와 함께 작은 통나무집에 살았다. 아이가 앞마당에 앉아서 얼굴을 들기만 하면 높은 산에 수직으로 나 있는 절벽에 거대한 바위 몇 개로 형성되어 있는 ‘커다란 바위 얼굴’이 보였다. 어머니는 그 바위 얼굴과 꼭 닮은 위대한 사람이 앞으로 나타난다는 예언을 아이에게 들려 주었다. 어니스트는 자라서 청년이 되고, 장년이 되고, 노인이 되기까지 매일 그 커다란 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그 얼굴과 꼭 같은 얼굴을 한 사람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그러한 원망은 그 마을 사람들 모두에게 공통된 것이기도 했다. 큰 바위 얼굴을 닮았다고 하는 그 마을 출신으로 크게 사업에 성공한 부자,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장군, 나라를 위해 큰 업적을 쌓은 정치가가 차례로 나타났다. 결국 그 마을 출신으로 외지에 나가서 위대한 시인이 된 사람이 통나무 집으로 어니스트를 찾아와, 이제는 백발의 노인이 된 어니스트의 얼굴이 바로 큰 바위 얼굴과 꼭 닮았다고 알려준다. 그 말을 들은 마을사람들도 모두 그 시인의 말에 동의했다. 그러나 정작 어니스트 자신은 자기보다 현명하고 선량한, 더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이 나타나기를 희망한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결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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