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거는 인간의 윤리를 우주론에 추연시켜 우주를 부모에, 인생을 자녀에 비유함으로써 천지가 우리 인간을 따르고 또 천지가 우리 몸을 에워싼다는 만물일체(萬物一體)를 천명하면서 증자(曾子)나 묵적(墨翟)을 닮아 천지를 위해 마음을 세우고 천하의 백성을 위해 목숨을 내놓겠노라는 기개와 희생을 보이기도 했다.
程顥(明道, 1032~1085).정이(伊川, 1033~1107) : 송유(宋儒)사상이 심화(深化)된 것은 2정(二程)이 등장된 때부터다. 2정은 형제로서 똑같이 주염계에게 배움을 닦아 낙학(洛學)의 종주가 되었지만 서로 다른 성격에 다른 주장, 다른 영향이 대조적이어서 여기에 비교 소개한다.
명도가 관홍(寬弘)하다면 이천은 근엄한 성격으로 그 학문의 방법도 서로 달라, 형이 식인(識人)을 위주로 하고 그 방법으로 성(誠)과 경(敬)을 주장했다면, 동생은 지경(持敬)의 태도로 격물치지(格物致知)에 그 궁극적인 이상을 두었던 것이다.
명도가 ‘주역’의 ‘천지의 커다란 덕은 생명(天之大德曰生)’이라 함을 따라 우주의 천도를 왕성하고 끊임없는 생명력으로 보면서 본체계와 현상계의 간격을 무너뜨리고 ‘도기합일(道器合一)’을 주장한 데 반(反)해, 이천은 만물의 본성으로 형이상의 도(道)를 이(理)라 하고, 형이하를 기(氣)라 하니 이와 기는 서로 이질적인 이념과 현상의 차이를 지니고 있다는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을 주장했다. 이는 바로 생물의 근본인 성과 생물의 형체가 서로 근원을 달리한다는 성형이원(性形二元)론이나 같은 뜻이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관점으로 두 사람이 모두 환경의 접촉이 있기 전엔 선(善)하다고 일치하면서, 명도는 외부에 의한 사고에 따라 선악이 분별되며, 외부로 나타난 것은 정(情)이지 마음(心)이 아니라는 성선가악설(性善可惡說)을, 이천은 기(氣)의 청탁(淸濁)에 따라 재(才)가 다르고 선악의 분별이 있다는 ‘성무불선재유선악설(性無不善才有善惡說)’을 각각 주장했다.
한편 인도(人道), 즉 윤리(倫理)를 위하여 명도는 성(誠) 외에 경(敬)을 인사(人事)의 근본으로 삼고, 충서(忠恕)·중용(中庸) 등의 유가윤리 원칙과 도가의 주정(主靜) 등을 후차로 강조했는가 하면, 이천은 극기복례(克己復禮)와 명리거욕(明理去欲)·정심양성(正心養性) 등 대학(大學)·논어·맹자·중용 등 사상을 통해 종교적인 자기 수양에 역점을 두었다.
이들은 송유(宋儒) 거대한 산맥으로, 명도는 위로 맹자를 이어받아 아래로는 육상산(陸象山)과 왕양명(王陽明)의 심학(心學)을 계발했고, 이천은 위로 안자(顔子)를 이어박아 아래로 주자에 계승되는 두 줄기 계보를 형성했다.
朱熹(朱子, 1130~1200) : 염계의 태극도설을 기초로 강절, 횡거, 이정(二程)의 학설을 융합한 주자는 사상사로 볼 때 비록 육상산(陸象山)이 그를 이룩했었다. 그의 우주철학은 이(理)나 태극으로 본체를 삼고 형이하(形而下)의 현상세계 속의 모든 사물은 이·기(理氣) 두 가지가 종합해 이룩된다는 현상론을 폈다. 여기서 이기 2원(理氣二元)론을 내세워 우주의 형성과 인간을 포함한 모든 사물의 생성 이치를 설명하고 있는데, 이(理)는 우주만물의 본체를 뜻하므로 그 사물보다 먼저 존재하는 것이요, 천지 만물의 이치를 총화해 가장 지선(至善)한 태극(太極)이 바로 이(理)가 되며, 또한 생물의 근본으로 형이상의 도인 것이다.
기(氣)는 형이하의 기구로서 형이하의 현상세계와 구체세계의 모든 사물을 구성하는 재료며 음양과 동정의 작용을 지녔는바, 그것이 움직이면 양기(陽氣), 그것이 조용하면 음기가 되어 모든 생물을 온양하는 현상계의 힘인 것이다.
이(理)가 태극과 같은 본체로서 변하지 않는 어느 사물의 도양(圖樣) 같은 것이라면, 기는 음양에 상당한 형이하에 쓰이는 사물의 재료 같은 것으로 사물에게 형체를 부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와 기는 분명히 2원적인 것이나 사물로 볼 때엔 한데 혼합되어 있다.
물론 사람도 이·기의 합성임은 예외일 수 없다. 그런데 기는 고르지 못해 품기(稟氣) 청명할 때에는 성인이 나고 품기 혼탁할 때에는 우인(愚人)이 나거늘, 인생철학에 있어서도 인간의 본성은 다만 이일 뿐 형이하의 기(器)를 좌우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