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 이야기
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 이야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3.06 18: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봉진/수필문우회 회장

알퐁스 도데(1840~1897년)는 프랑스의 남쪽 프로방스 지역 님(Nîmes)에서 태어났으나, 아버지의 파산으로 고생스러운 소년시절을 보내며 학교는 리옹에서 다녔다. 1856년 학업을 마치자 태어난 고향 근처 아레스란 곳으로 가서 잠시 중학교 교사생활을 했다. 그는 다음해에 적성에 맞지 않는 교직생활을 그만 두고, 파리로 올라가 언론사에 다니던 3살 위의 형을 의지하고 같은 일을 하며 문학에 전념했다.

그의 출세작은 1869년에 간행된 단행본 ‘풍차방앗간 소식’이다. 30편의 단편소설들로 구성된 이 책의 글들은 1866년경부터 ‘레벤느망(L’Evénement)’지, ‘피가로’지 등 정기 간행물에 연재되었던 것이다. 그 중에는 우리말로 번역되어 교과서에도 장기간 실려 잘 알려진 아름다운 이야기 ‘별’도 포함되어 있다.

이 책에 ‘서문’이라고 표기된 글에는, 도데가 이 풍차방앗간을 살 때 공증인과 다른 증인들의 입회 하에 소유주에게 매입 대금을 치르고 양자가 함께 매매증서에 서명하는 것으로 매매절차가 아무런 하자 없이 완벽하게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법률용어로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 이야기 속에 나오는 풍차방앗간의 모델이 된 건조물은 프로방스주의 아를에서 8㎞ 정도 떨어진 퐁비에이유의 한 언덕 위에 아직도 남아 있다. 집필 당시 파리 근교 클라마르에 살고 있던 도데는 마침 그 풍차방앗간 근처에 살고 있던 친지의 집에 가끔 내려가서 프로방스 특유의 아름다운 풍물을 즐기며 새 작품들에 대한 영감이나 소재를 얻었다고 한다.

도데는 1872년에 이 작품을 3막 5장으로 된 희곡으로 다시 만들었다. 비제는 이 극에 부수음악 27곡을 작곡해서 초연 때부터 연주되고 있다. 그 곡 중에 인기 높은 곡들은 ‘아를의 여인 모음곡 1, 2’로 편성돼 많은 음악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를의 여인’이란 타이틀의 주인공인 여인은 소설 속에서나 연극 속에서 한번도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작가가 그 여인이 어떠한 모습을 하고 어떤 말과 행동을 했다고 직접 서술한 글은 단 한 줄도 없다. 다만 작품 속의 다른 등장 인물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통해서 독자나 관객들은 간접적으로 그 여인을 상상해 보거나 짐작할 수밖에 없다.
도데에게는 인구에 회자되는 다른 또 하나의 작품집이 있다. 바로 ‘마지막 수업’이 권두작품으로 실린 단편집 ‘월요이야기(1873)’이다.

그 작품들이 집필되기 시작한 1871년은 프랑스가 프러시아와의 전쟁에서 무참하게 패해서 나폴레옹3세는 포로까지 되었다가 퇴위한다. 군부에 의해 성립된 임시정부는 프러시아군에 포위된 파리에서 시민과 함께 얼마간 항전을 계속했으나, 결국 1월 28일 항복하고 휴전협정에 조인을 한다. 그 결과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신성로마제국 영토에서 프랑스령으로 편입되었던 알자스 지방이 새로 성립된 독일제2제국령이 된다.

이러한 역사적인 상황을 배경으로 한 ‘월요이야기’에서 우리는 그의 온건한 필치에도 불구하고 알자스를 상실한 패전국 국민의 비애와 통한을 읽을 수 있고, 적군의 포위망 속에 갇혀서 온갖 고초와 극한적인 굶주림을 맛본 파리 시민들의 진한 분노와 좌절감을 그의 풍자적인 표현을 통해 여기저기에서 절절히 느낄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