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도 롤러코스트를 탄다
기술도 롤러코스트를 탄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7.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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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상/한국교원대학교
컴퓨터교육학과 교수
정보기술은 그 변화가 무쌍하다. 오늘 나온 기술이 내일되면 낡은 기술이 되니, 다른 전공 교수들이 괜히 컴퓨터 분야를 공부해서 강의하기 어렵지 않느냐고 위로 아닌 위로를 듣는 경우도 많다. 빠르게 변화하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이를 재빨리 받아들이고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을 일러 ‘얼리어답터’ 라고 한다. ‘이르다’의 Early 와 ‘채택하는 사람’의 Adapter를 합해서 만든 단어가 의미하듯이 이런 사람들은 무언가 새로운 것이 나왔다 하면 기를 쓰고 구입해서 사용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다. 정보 기술 분야에서도 특정 상품을 출시한다고 하면 밤새 줄을 서서 일착으로 제품을 구입하고 사용 후기를 여기저기에 올리고 또 퍼 나르면서 제품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요즈음의 화두는 단연 ‘스마트’이다. 이미 본 칼럼에서 한 번 소개드린 적이 있지만 덩치 큰 컴퓨터의 기능을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갤럭시 탭과 같이 작은 기기에 담아 어디나 가지고 다니게 된 후로 정보기술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은 ‘스마트 폰’ 혹은 ‘터치 패드’와 같은 기기로 연결되어 있다.
이런 시대를 이끄는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면 일반 대중이나 관련 업계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미묘한 심리적인 흐름을 보여 준다. 이런 흐름을 가트너 그룹에서는 ‘기술에 대한 하이퍼 곡선(hype curve)'이라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본 칼럼이 그림을 포함 시키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말로서 기술해 보면 그 곡선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세상에 충격을 줄 만한 기술이 대중에게 소개 되는 시점이 있다. 이런 기술이 처음 소개 될 때는 일반 대중 보다는 관련 업계의 사람들 위주로 사용자가 늘어나는 시점이다.
그러다가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대중에게 퍼지게 되면 어느 시점에서 과장된 기대치가 나타나는 시기가 도래한다. 이때는 언론이 한몫 거든다. 2000년대 초에 인터넷이 대중화 되면서 불었던 닷컴 신화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던 관련 주식 시세를 생각해 보면 얼마나 이 시기가 사람들에게 과도한 기대를 부여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기술도 결코 기대했던 만큼의 해답을 줄 수 없는 법. 이 시기가 지나면 기대는 무너지고 깊은 실망의 시기가 다가온다. 기대했던 기술은 기술의 부족이 아니라 과도한 기대 때문에 그 기대를 만족시키는 데 실패하기 십상이다. 소비자들은 이 때 그 기술에 대하여 급격하게 매력을 잃어버리고 환멸감을 느끼게 되는 단계로 접어든다. 언제 그랬냐 싶듯이 열광하던 언론들도 하나둘 그 주제와 기술에 대한 관심을 거두게 되고 대중은 멀어져 간다. 기술을 믿고 사업을 벌였던 많은 회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시기가 이 때이다.
이 또한 지나가는 법, 실망의 시기가 지나면 그 기술의 가치에 대한 차분한 평가와 함께 생산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시기로 진입하게 되면서, 과거 흥분의 시기나 실망의 시기의 중간쯤에서 다시 성장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술의 하이퍼 곡선을 이해한다면 새로운 기술이 나타날 즈음에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마련할 수도 있겠고 반대로 언제 주의를 해야 하는 지도 알 수 있다. 요즘 신문의 과학 기술 분야를 보면, 대부분 스마트폰이나 관련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하이퍼 곡선을 따라 예측해보면 대략 지금의 스마트 폰과 관련 기술에 대한 대중의 심리가 어느 단계에 있는 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어찌 기술뿐이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  혹은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거나 새로운 결혼 생활이 시작될 때, 그곳에도 동일하게 이런 곡선처럼 시작과 과도한 기대와 실망, 그래도 다시 한 번 하는 냉정한 평가, 그리고 또 인정이라는 심리적 롤러코스트를 따라 인생도 흘러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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