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2박 3일
일본 여행 2박 3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3.1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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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상/경남과기대 식품과학부 교수

지난 2월의 한 주말에 2박3일의 일본 여행을 하게 됐다. 관광 안내원은 부산 공항에서부터 일본을 거쳐 귀국할 때까지 함께 했으며 다섯 부부와 공항에서 합류한 두팀을 합해 14명이 동행하게 됐다.

필자를 포함한 다섯 부부는 수년전부터 계 모임을 하고 있었던지라 부인들은 동갑내기 동창들이고, 그 남편들이다. 몇 년간 조금씩 저축한 계금을 여비로 사용하고 모자라는 금액은 얼마간 더 거두었다. 비행기는 저가 항공을 이용했고, 잠자리는 좋은 곳으로 선정했다.

얼마만에 집사람과 단둘이 떠나는 여행인가? 애들은 대학 신입생과 3학년인데, 그 녀석들이 기어 다닐 때 한번 말고는 따로 여행을 한 기억이 아른 하다. 그래도 국외여행인데 가방을 챙겨도 짐이 없다. 작은 여행 가방에 갈아입을 티셔츠, 속옷 두세벌, 양말 그리고 칫솔이 고작이다. 혹시나 비행기 시간을 놓칠세라 여덟시까지 도착하라는데 여섯시에 진주를 출발해 일찍이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출발 당일부터 돌아오는 날까지 일정이 잘 준비된 것 같아 많은 기대를 했다. 후쿠오카 공항을 내려 벳부의 스기노이 호텔을 들어서는데, 18년전 겨울에 이곳을 왔던 기억이 되살아 났다. 일본에서 공부를 하신 원로 교수님께서 안내를 해 대학과 기관을 방문했을 때 이 호텔에 묵었었다. 다시 이곳을 방문할지는 생각도 못했는데, 그 때 묵었던 본관과 신관은 주변경관과 함께 변함이 없어 보인다. 호텔방은 가운데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다실이 준비되어 있어 한층 여유롭다.

주변 지역은 모두 온천 지대이기 때문에 온통 유황 냄새가 코끝을 떠나지 않는다. 코는 쉽게 지치기 때문에 조금만 기다리면 염려 없다. 가이드의 말처럼 온천욕은 세 번을 해야 한단다. 온천탕 표시에 그려진 꼬불꼬불한 수증기 모양의 크기가 각각 다른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일상과 여행의 피로를 풀기 위해 저녁 식전에 가볍게, 두 번째는 잠자리에 들기 전 마음껏 즐기고 아침에 마무리 한단다.

이 호텔의 붕탕(공동 온천탕)과 수영장은 언제라도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붕탕 중에서도 실외 온천탕이 절경이다. 특히 밤에는 벳부 시내를 품에 안은 듯 겨울 바람에 날리는 수증기를 온 몸으로 맞으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어 선경이 따로 없다. 자연 현상을 삶의 수단으로 삼아 정성껏 가꾸는 이들이 부럽기도 하다. 또 하나 꼭 가야하는 명소는 지하 1층의 뷔페식당이다. 수백명의 객실 손님들을 질서 있게 받아주는 호텔측의 준비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우리는 저녁을 먹으면서 생맥주 한 잔으로 일본 여행을 자축하고, 갖가지 종류의 음식들을 천천히 즐겼다. 온천욕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일탈의 해방감으로 온 얼굴들이 싱글벙글 한다.

줄서기를 염려해 일찍 시작한 저녁식사였던 터라 식후 시간이 넉넉하다. 배불리 먹은 저녁 덕택에 뱃살이 염치없이 앞으로 내밀어 진다. 포만감을 없앨 요량으로 호텔 주변 조명과 유황 냄새를 친구삼아 한바퀴 걸어본다. 첫날밤을 보내기가 아까워 우리방에 다섯 부부가 모여 아침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보따리를 푸는 시간이 됐다.

마침 집사람은 구두를 신은 탓에 발 뒷꿈치가 벗겨지고, 유난히 몸의 근육이 좋은 회장님은 겨울 야외 수영장에서 많은 노출로 인해 감기 증세가 나타나는 등 사연들이 즐비하다. 집을 나서면 부족한두가지가 아닐 것인데, 학원을 운영하는 원장님 부부는 일회용 밴드, 감기약, 파스, 두통약, 설사약, 그리고 간식용 컵라면 등 마치 잡화점을 차린 듯 준비를 철저히 해 왔다. 덕분에 이틀 동안 소소한 일들은 현장에서 원장님 가방에서 모두 해결됐다.

오랜만에 일상으로부터 탈출한 2박3일간이 활기 충전의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특히 일본인들의 화장실 관리는 언제나 훌륭하다. 어느장소의 화장실을 가더라도 항상 처음 들어서는 느낌이어서 참 좋다. 청소를 잘해서도 이유이겠지만 사용하는 사람들의 매너도 중요하지 않겠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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