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테오도라키스의 민중음악 ‘모두의 노래’
(3)테오도라키스의 민중음악 ‘모두의 노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5.2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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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속 뜨거운 피 용솟음 치는 심장박동 느낄 수 있어

 
미키스 테오도라키스(Mikis Theodorakis)는 1925년 그리스의 키오스(Chios) 섬에서 태어난 작곡가 겸 지휘자이다. 영화 팬들에게는 ‘페드라(Phaedra 1962)’, ‘그리스인 조르바(Zorba the Greek 1964)’, ‘세르피코(Serpico 1973)’에 삽입된 영화음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애절한 리듬으로 귀에 익숙한 ‘기차는 8시에 떠나네(The train leaves at eight (To treno feugei stis okto)’가 바로 테오도라키스의 작품이다.
그는 음악적 유명세만큼이나 평생을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고, 세계평화를 위해 헌신한 인물로서 그의 삶은 곧 그리스의 현대정치사와 맥을 같이 한다.

17살이 되던 해에 제2차 세계대전으로 그가 살던 트리폴리스가 이탈리아에 점령되자, 점령군 이탈리아와 독일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면서부터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 역정이 시작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테오도라키스는 1963년 람브라키스 민주청년운동(Lamebrains Democratic Youth) 단체의 대표로서 민주화 투쟁을 리더 한다.

왕정에 저항하는 반체제운동은 공화정의 의회민주주의를 약속받았지만, 1967년 군사쿠데타가 일어나면서 군사정권(Greek Junta)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수천 명의 반체제 저항세력(주로 지식인과 대학생)을 체포하여 투옥하였다.

그리고 좌파세력과 함께 민중들이 즐거이 불렀던, 이른바 저항음악을 금지하는 ‘군법령(13호)’이 발표되었다. 그 중에는 테오도라키스의 작곡, 지휘, 연주, 심지어 그의 음악을 듣는 것조차 금지했다.

1968년 그는 펠로폰네스(Peloponnese)의 고립된 마을에서 연금되어 외부세계로 저항의 메시지와 악보를 내보내기도 하고, 그리스 시(詩)를 가사로 한 가곡집을 작곡하기도 했다.
후에 오로포스 수용소로 보내져 그곳에서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자 세계 여러 나라의 저명인사들이 그를 위한 구명활동을 전개하였다. 

이때 앞장섰던 사람 중에는 연주가이자 지휘자인 피에르 볼레즈(Pierre Boulez), 대중 음악가인 헤리 벨라폰테(Harry Belafonte), 그리고 러시아의 작곡자인 쇼스타코비치(Dimitri Shostakovitch)등이 있었으며 이들의 국제적 압력 덕분에 1970년에 파리로 망명하게 된다.

테오도라키스는 이때 그의 인생에 있어서 운명과 같은 만남을 가지게 되는데 그는 칠레의 시인이며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이다. 이태리 영화 일 포스티노 (Il Postino [The Postman], 1994)를 본 사람은 기억할 것이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이 영화는 네루다가 칠레에서 추방되어 이태리의 작은 섬에 머물게 되면서 마리오라는 순수한 영혼을 가진 우편배달부와의 우정을 담은 영화였는데, 물론 영화 내용 중 이태리의 작은 섬과 우편배달부의 우정은 시나리오를 위해 각색한 것이지만 그가 세계적인 시인이며 유럽에서 망명의 생활을 한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알게 된다.

네루다는 오래전에 테오도라키스와 같이 정치범으로 옥고의 세월과 망명의 세월을 보낸 후 복권이 되어 이제는 칠레의 대사 자격으로 유럽에 있던 터라 누구보다도 테오도라키스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그를 반겼던 인물이었다.

같은 처지에 처해졌었던 두 사람은 급속하게 가까워지게 되었고 이미 네루다가 민중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혁명가에 가사를 붙여 발표하게 되었으니 ‘모두의 노래(Canto General)’가 탄생하게 되는 배경인 것이다.

2장의 CD에 총 13곡이 담긴 대작이다. 첫 번째 트랙의 ‘Algunas Bestlas (몇몇 짐승들)’을 듣게되면 ‘이 음반에 담긴 곡이 보통의 곡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오케스트레이션의 웅장함과 합창단 그리고 솔로의 보컬이 남미 대륙의 고통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해 준다.

특히 2번째 트랙의 곡인 ‘Voy A Vivir (나는 살리라)’의 가사에 나오는 ‘Un Racimo de Fruta muetra Derramada en el Pudridero(쓰레기 더미에 내동댕이쳐진 썩은 과일 한송이)’라는 구절은, 다국적 기업과 매판자본에 짓밟힌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비참한 삶을 고발한, 문학적으로도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아주 훌륭한 구절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초연은 성공적이었으며 이후의 공연도 청중들에게 많은 박수를 받게 된다. 모두의 노래의 성공은 네루다의 훌륭한 작사와 테오도라키스의 작곡이라는 최상의 재료가 배합되어 만들어진 결과물 이지만 여기에 한사람을 더 붙여서 이야기를 하자면 테오도라키스의 오랜 친구이자 정신적인 동지이며 같이 그리스에서 추방되어 프랑스로 망명을 떠났던 ‘마리안 파란두리(Maria Farandouri)’와 같은 걸출한 여성 싱어를 빼놓을 수가 없다.

이 두 사람은 ‘아침이슬’과 같은 노래처럼 우리나라의 민중가요의 선두에 있었던 김민기씨와 양희은씨를 생각나게 하는 작곡자와 가수의 관계이다.
파란두리가 없는 테오도라키스, 그리고 테오도라키스가 없는 파라두리는 생각할 수 없는, 서로에게 절대적인 존재라고 한다면 이해가 될지 싶다.

5월은 유난히 거센 민주화의 물결의 흔적이 많은 달이다. 미키스 테오도라키스의 ‘모두의노래’를 듣는다면 다시 한 번 민주화의 열기를 상기하게 될 것이며 가슴속 깊은 곳에서는 뜨거운 피의 솟음과 함께 심장의 박동이 커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
(추천음반 - CANTO GENERAL ‘모두의 노래’ 2005, Ales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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