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링컨’
영화 ‘링컨’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3.2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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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진/수필문우회 회장

링컨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 아직도 우리를 매혹할 미지의 구석이 남아 있다고 기대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같은 이야기도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파고드느냐에 따라서 아주 기막히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아주 멋지게 보여주고 있다.

스필버그는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도리스 굿윈이 저술한 ‘라이벌들로 구성된 팀 Team of Rivals’(2005)이란 책의 마지막 부분, 즉 1865년 1월부터 4월 링컨이 사망하기까지 시기인, 그의 생애 가운데서 가장 극적인 최후의 4개월 동안을 영화화했다. 여기서 말하는 라이벌들이란 1860년 링컨이 대통령 선거에 도전했을 때 경쟁관계에 있다가, 1861년 링컨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중요각료로 맞아들인 인사들로서 법무장관 에드워드 베이트, 재무장관 살몬 체이스, 국무장관 월리엄 셔워드 등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궂은 날씨에 진흙탕 속에서 치러지는 처참한 백병전 광경이 비친다. 전투가 끝나자마자 링컨은 그 전장으로 찾아가 승전을 한 병사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그가 1863년 게티스버그에서 했던 연설을 병사들이 차례로 암송하는 감격적인 장면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영화의 초점은 곧 링컨에 있어서 초미의 현안인 헌법수정 제13조 건으로 옮겨진다. 링컨은 1864년 제2기 대통령선거 운동을 할 때 공화당의 정치요강에 2항으로 된 이 수정조항을 추가했다.
첫째, 어떠한 노예 제도도, 비자발적인 예속도 미국 내와 그 법이 미치는 어떠한 장소에서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범죄자로서 관련자가 정당하다고 인정한 경우 형벌로 행해질 때는 예외로 한다.

둘째, 의회는 적절한 입법을 통해 이 조항을 강제할 권한을 가진다. 이 조항은 1863년 12월에 발의되어 1864년 상원을 통과했으나 하원 통과는 부결됐었다. 이 법안을 다시 수정해서 재상정을 해 두었기 때문에 곧 결의를 시도해야 할 국면이었지만, 공화당 표만으로는 전원이 찬성표를 던진다 해도 재석 의원의 유효표 3분의 2에는 20표가 모자라는 상태였다. 이 수정조항이 성립되지 않으면 4년간의 유혈이 헛된 희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았다. 남부의 이탈로 강력한 지지기반을 잃고 소수당으로 전락했던 민주당이 휴전에 의한 남부 주들의 복귀로 당세가 강화되면, 공화당 단독으로 이 헌법수정조항을 통과시킬 기회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고 볼 수 있었다.

전황이 불리해진 남부연합 측에서 1865년 1월에는 휴전교섭단을 워싱턴으로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비밀리에 전달해왔다. 이 제의를 그냥 묵살했다간 이 사실이 뒤에 국민이나 민주당에게 알려지게 되면 정치적인 위기 상황이 닥칠 수도 있는 형편이었다. 모두가 전쟁으로 입고 있는 인명 손실을 가슴 아파하며 전쟁이 하루라도 빨리 끝나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 동지들도 링컨에게 평화와 대의(大義) 두 가지를 한꺼번에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잘 알려진 역사 인물을 바탕으로 만든 전기 영화의 경우, 사람들은 이미 그 인물이 어떤 일을 만나 어떻게 행동했고, 그에 따른 결과도 아는 상태이므로 극적인 긴장감을 조성하기 힘들다. 그리고 그 인물과 시대를 제대로 표현하고 해석했는지 질타를 받기 쉬운 매우 까다로운 장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래서 그 역사 재현과 해석이라는 무거운 책임감에서 벗어나고자, 역사에서 아이디어만 차용한 “퓨전 사극”, “역사 판타지”라는 장르를 만들어 작품화하는 경향도 생겨나고 있다. 모든 일에 대해 힘들고 심각한 것보다는, 부드럽고 물렁한 일을 선호하는 경향이 세상을 뒤덮는 마당에, 이 ‘링컨’이라는 정통 역사인물 전기영화의 묵직함은 새롭고 오히려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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