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학교폭력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3.2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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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태/경상대 축산학과 교수

지난 11일 경북 경산에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고, 또 학교폭력 방지 대책도 수없이 나왔지만 이 사건을 통해 모두 허사가 된 듯하다. 문제는 이번에 자살한 학생이 지난 2년 동안 중학교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렸다는 사실이며, 해당 중학교에서는 상담 교사가 가해 학생을 상담했는데도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학교폭력 감시용 CCTV 사각지대에서 폭행이 이어졌다는 점에서도 충격이 크다.

대한민국은 매일 한 명꼴로 학생들이 죽어간다. 2010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10대 청소년 자살자가 한 해 353명이다. 인구비율로 보면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이 가장 높다. 상황이 이러하니 정부도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정부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모든 부처가 나서서 집중적으로 추진해 왔다. 전례 없는 학교폭력 전수조사, 117 학교폭력 신고 전화, 학교폭력 전담 경찰 인력 확대, 고화질 CCTV 확대 설치, 폭력서클 집중 단속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런 대책만으로는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 모두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현재 대한민국의 공교육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데 이견을 가진 사람은 없다. 우리의 교육제도는 경쟁구도 속에서 공부만을 강요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여러 종류의 스트레스에 항상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출구는 가까이 있는 친구들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경쟁적인 교육제도를 개선하는 것과 학생들을 교육하고 지도하는 선생님들의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과 태도의 변화에 있다.

경쟁적인 교육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1-2년 내에 해결될 일이 아니지만 당장 뭐라도 시작해야 한다.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교육은 우리나라의 희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교육 때문에 각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학생은 왜 공부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세계 최장 시간의 학습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부모는 학력 사회의 현실 때문에 자식에게 억지로 공부를 강요할 수밖에 없고 사교육비를 마련하느라고 등골이 휘고 있다. 선생님은 입시 위주 교육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교육 전문가가 아닌 단순한 지식 전달자로 전락했다는 무력감에 빠져 있다.

경쟁적인 교육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교육의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지난 정권들이 했던 것처럼 교육을 섣부른 경제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정책들이 경쟁을 부추겨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사교육이 가장 잘 발달한 나라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학생, 교사, 학교, 심지어 교육청까지 필요 이상의 경쟁을 해야 하는 경쟁 교육 체계를 구축해 놓았다. 이제 정부는 이런 병든 교육제도, 미친 교육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학생들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교육제도, 자율성과 창조성을 키워주는 교육제도, 개성과 소질을 살려주는 맞춤식 교육제도를 하나하나씩 시행해나가야 한다.

교육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우리 학생들을 학교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선 선생님들의 인식과 태도의 변화가 요구된다. 선생님들이 학교폭력을 못 본 척, 못 들은 척, 모르는 척 하는 한 학교폭력은 절대 근절될 수 없을 것이다. 또 정부가 아무리 좋은 학교폭력 처리 매뉴얼 만들어 교육 현장에 보급한다고 해도, 학교와 교사가 서류에 의존한 형식적 처리에 집중하면 학교폭력은 근절될 수 없다. 따라서 학교폭력을 단기간 내에 근절시키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선생님의 손에 달려 있다. 선생님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스킨십을 가지는 것이 학교폭력 예방에 가장 중요하다. 

물론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스킨십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와 처우도 개선되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이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하는 것이다. 선생님이 학생을 지도하다 보면 다양한 형태로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면 선생님들은 혹시나 문제가 될까 싶어서 지도를 포기할 수 있다. 따라서 선생님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더 관심을 기울이게 하려면 선생님의 손발을 묶어놓는 학생인권조례의 개정이 꼭 필요하다. 또한 학급당 학생 수를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거나, 선생님이 수업과 생활 지도에만 전념하도록 잡무를 획기적으로 경감하거나, 상담 시간이 수업시수에 포함되도록 각종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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