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고향과 어머니
봄과 고향과 어머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3.2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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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수/마산운수(주) 참사랑 봉사회장

어느새 봄이 다가와 산과 들녘엔 온갖 봄꽃들이 만개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시골길을 지날 때면 상쾌한 봄바람과 함께 꽃향기가 그윽하게 풍기고 있어 ‘고향의 봄’이란 노래 가락이 절로 나온다.
지금은 불려 보는 이가 거의 없이 사라져 가지만 1960년대 어린 시절 초등학교 때 누구나 유행가처럼 이 노래를 불렀던 노래다. 이 처럼 사람들은 고향에 대한 향수가 있다.

또 고향은 자신이 태어난 곳이자 이 세상에 하나뿐인 제일 아름다운 어머님이 한평생 사시던 곳이며 모든 것을 감싸주는 어머님의 품안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그래서 필자는 봄이 오는 길목에서는 항상 저 멀리 하늘나라에 계시는 어머님 생각이 난다. 어린 시절과 고향 생각만 해도 어머님에 대한 진한 추억만 남아 있을 뿐이다. 고향은 내게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때론 슬픔과 눈물 이별도 있었던 곳이다. 필자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의 곁을 떠나 일찍 도시로 나왔다. 고아 아닌 고아로 자라 청소년으로 성장하면서 나그네 인생으로 살아온 것이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고향의 어머니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한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었다. 내 또래의 다른 애들 같았으면 한창 어머니 품안에서 어리광을 부리며 보호받을 나이에 고향을 뛰쳐나왔기 때문에 수십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그때 그 시절 어머니를 생각하면 그리움은 한 없이 쌓이고 자꾸만 눈물만 나온다.
요즘 사람들은 시끌벅적한 도시를 고향으로 둔 탓인지 자신이 태어난 고향에 대한 애착도 그리움도 많이 없는걸 보니 고향 부재의 상실증에 걸린 듯하다. 

고향은 내가 태어나고 잊을 수 없는 영원한 안식처이자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분인 어머니 같은 곳이다.
지금은 사라져 볼 수 없지만 어린 시절 고향마을에 이른 아침에 눈이라도 살짝 내리고 자그마한 초가지붕 위 굴뚝에서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풍경을 상상하고 있노라면 한 폭의 동양화 속으로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지금도 산골 아무집이나 찾아 들면 삶이 너무 버거워 등이 새우처럼 휘어 버리고 자신들의 인생만큼이나 험한 게 일그러진 얼굴을 한 어머님이 맨발로 뛰어나와 양손을 잡으면서 반겨줄 것만 같은 정겨운 느낌을 받는다.

따뜻한 손을 움켜잡고 어머니의 눈을 마주 보고 있으면 무언가 분명하실 말씀이 있을 것 같은데 자식의 얼굴만 쓰다듬으며 결국 참아 내시다가 눈시울만 적시는 어머니를 떠올릴 때면 가슴 한구석에서 뜨거운 눈물이 한없이 솟구치곤 한다.

가끔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 볼 때면 살아생전과 똑같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환상 속에 빠져들 때도 있다. 어머니는 이미 떠나갔지만 따뜻한 품과 거칠어진 손, 주름진 얼굴은 언제나 내 가슴 속에 살아 숨 쉬고 계신다.
어머님은 살아생전 3년간 노환으로 병석에 누워 계셨다. 그때도 저를 보고 웃음을 잃지 않고 따뜻한 손을 잡아 주셨고 무언가 꼭하고 싶은 말씀이 분명 있었을 것 같았는데…결국 슬픈 눈물만 흘리시고 돌아가셨다.

15년이란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봄이 오면 고향과 어머니의 생각이 자꾸 떠오른다. 어머니의 따뜻한 품속 같은 고향을 봄이 오는 길목에서 다시 한 번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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