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페도클레스(Empedocles)
엠페도클레스(Empedocles)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4.0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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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진/수필문우회 회장

고대그리스인들은 인간이 태어나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어떻게 생성되었을까 하는 물음에 답을 하려고 했다. 그 첫 시도가 그들의 신화였다. 기원전 8세기에 헤시오도스(Hesiodos)는 그 신화를 계통적으로 정리해서 ‘신통기’를 남겼다.

‘신통기’에 따르면 하늘과 땅이 갈라지기 이전에 우선 카오스(chaos)가 있었다. 그 카오스에서 제일 먼저 생겨난 것이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이고 뒤를 이어 사랑의 신 에로스(Eros)가 태어났다. 가이아는 자가생식(自家生殖)으로 하늘의 신 우라노스(Uranos)를 낳았고, 뒤를 이어 에로스의 중개로 우라노스와 결혼해서 신들을 분만했다. 그때 각종 생물과 인간도 태어났다.

이런 신화는 인간들이 스스로나 주변 생물들의 생태를 보고 이 우주도 신들의 생식행위로 생겨났다고 유추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기원전 6세기경에 우주의 기원을 이러한 초자연적 존재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현상 속에서 찾으려는 학자들이 처음으로 이오니아 지방에서 나타났다.

그는 ‘있는 것’은 ‘하나’이며 영원히 운동도 하지 않고 변화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존재에 대한 그의 정의는 어떤 근원적인 물질이 끊임 없이 운동하면서 변화하여 만물이 생멸한다는 이오니아의 물활론(物活論) 자연철학에 막대한 타격을 주었다.
이렇게 서로 대립하는 이오니아와 엘레아의 두 사상을 통일 조화시키려고 시도한 사상가가 있었다. 기원전 5세기 중반에서 후반까지 활동한 엠페도클레스이다.

그는 저술 ‘자연에 관해서(peri physeos)’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물질의 근원은 화(火), 수(水), 토(土), 공기(空氣)라는 네 가지 원소(rizomata)로 되어있다. 이 원소들은 우주에 편재하는 사랑(Philia)과 불화(neikos)라는 두 가지 동력(動力)에 의하여 서로 다른 비율로 결합도 하고 분리도 되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것이 만물이 생성하고 소멸하는 현상이다. 그러나 네 가지 원소는 새로 태어나는 일도 없고 소멸하는 일도 없어 언제나 변함이 없다.
그가 말한 원소는 파르메니데스가 제시한 실재의 규준들을 모두 만족 시키지만 그 수가 하나가 아니라 넷이라는 것이 다르다.

엠페도클레스의 생애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또 하나의 그의 저술 ‘속죄의 노래(Katharmoi)’에 주목한다. 고대그리스인들은 인간은 신과는 달리 죽음을 면할 수 없는 존재지만, 그래도 영혼은 죽지 않고 여러 가지 생물로 옮겨가 다시 태어난다는 윤회전생(輪廻轉生) 사상을 믿었던 것 같다. 엠페도클레스도 까마득한 옛 전생에 지은 죄를 보속하기 위해 여러 차례 삶을 되풀이 하고 있다는 의식을 지녔던 것 같다. 많은 사람에게 선행을 베풀어 그들의 숭앙을 받으려 했고, 죽을 때도 활화산 에트나산 정상에 올라가 분화구 속에 몸을 던져 죽었다.

시인 횔덜린(Hölderlin)은 엠페도클레스의 죽음에 매료되어 비극 ‘엠페도클레스의 죽음’의 초안 3편을 남겼다. 니체도 횔덜린이 하려 했던 일을 높이 평가하고 자신도 같은 소재로 희곡을 쓰려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극 얼개만 노트로 남겼다. 두 사람 모두 고대그리스를 한없이 동경한 사람이었고, 정신이상 상태에서 생을 마친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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