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청소년을 위하여
다문화가정 청소년을 위하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7.2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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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선/진주시의원


강길선/진주시의원(한나라당)
통계청이 지난 5월 3일에 발표한 조사 자료를 보면, 청소년 10명 중 7명(69.6%)이 생활 전반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하였고 청소년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공부(38.6%), 직업(22.9%), 외모(19.7%)인 것으로 타나났다. 2년 전 조사 때는 청소년들의 56.5%가 스트레스를 받아 힘들다는 결과가 나와 놀랐었는데 이번 조사에는 그 비율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13.1%나 증가했다. . 아무래도 투표권도 없고 큰 목소리를 낼 형편도 되지 못하다 보니 정책과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온 것이다. 전체 청소년들의 사정이 이러한데, 언어 소통과 외모 편견의 장벽으로 가로막혀 있는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의 상황의 심각성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 그 동안의 정부와 지자체의 다문화 가족 지원 정책도 국제결혼 이주 여성과 아동들에게만 집중되었지 다문화 청소년들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은 관심의 사각지대 안에서도 또 다시 사각지대에 내몰려있는 형편이다.
다문화 청소년들은 다른 생김새와 언어 사용의 부자연스러움 때문에 또래 문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학업에서는 물론 생활 전반에서 극도의 스트레스와 좌절감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점은 한국 특유의 높은 교육열과 성과주의식 학력 평가 시스템을 다문화 가정의 엄마와 청소년이 따라 잡기란 하늘에 별 따기나 다름없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부터 육아와 교육이라면 발 벗고 뛰어다니고 관련된 정보 습득에 열을 올리는 다른 엄마들을 다문화 가족 엄마들이 쫓아가기는 너무나 힘들다. 이러한 결과로 학교를 이탈하는 취학연령대의 다문화 아동과 청소년의 수도 적지 않다. 2009년 행정안전부의 조사 자료를 보면 초등학교 취학률은 85.5%, 중학교 취학률은 83.7%, 고등학교 취학률은 69.9%로 나타나 만 명이 넘는 다문화가정 아동과 청소년들이 정규 교육과정에서 이탈되어 있다.현재 이러한 다문화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선 정부와 국회, 그리고 각급 지자체가 문제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2000년부터 2005년 사이에 국제결혼 건수가 매우 급격하게 늘어났고 최근 들어 중도입국 청소년 수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5년에서 10년 사이에 10대 다문화 청소년의 숫자가 예상보다 크게 급증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책이라는 것은 비가 올 때 우산을 만들면 이미 늦어 버리듯이 날씨가 아직은 맑을 때부터 준비해야만 한다.
먼저 정부와 광역 지자체는 다문화 정책의 장기적인 로드맵을 만들고 세부 정책과 사업들을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올해 정부의 다문화 지원사업은 9개 부처에서 총 887억원이 책정되어 지원사업 21개, 교육사업 16개, 문화사업 6개가 서로 중복되어 경쟁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다문화 가족을 대상으로 한 정부사업이 혼재되어 있다 보니 다문화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추진력과 사업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다문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정책만을 생각하지 말고 비(非)다문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더 늘려야 한다. 아동과 청소년 시기는 특유의 또래 문화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일상적인 관계를 맺고 지속시킨다. 다문화 청소년이 이러한 또래 문화를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비(非)다문화 청소년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다문화 청소년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서로 간의 역사적, 문화적 이해를 높이고 일상적인 접촉과 소통을 늘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대폭 마련해야 한다. 또한 프로그램 운영을 담당할 핵심 교원을 양성하는 정책도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올 다문화 사회를 맞이하여 글로벌한 리더십을 갖춘 다문화 인재들이 활약하는 활기찬 대한민국이 될 것인지, 아니면 지역, 세대, 계층 갈등에 더불어 인종, 민족 갈등까지 벌어지는 혼잡한 대한민국이 될 것인지 말이다. 한국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가의 첫 시험무대는 바로 지금의 다문화 청소년들을 미래의 주역으로 키워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느냐 아니면 없느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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