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의료원 폐업 사태를 보면서
진주 의료원 폐업 사태를 보면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4.10 18: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태수/서양화가·경상대 건축학과 출강

따사로운 삼월 초 어느 날. 긴긴 겨울의 찬바람들이 물러 서기 시작 할 즈음 땅속의 새싹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 하였다. 이렇게 아름답게 시작되는 진주의 봄기운 속에 주변의 나무들도 시샘 하듯 여기 저기 꽃망울을 틔운다. 이러한 때 진주 의료원 사태는 시작 되었다. 경남도지사의 휴업 선언과 이사회의 폐업 결정 통보 그리고 300여명의 의료원 직원들의 투쟁 소식들은 봄과 함께 전국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한참 동안이나 그렇게 분쟁 사태를 지켜보다가 진주 의료원의 옛날이 어떠했는지 생각에 잠겨본다. 필자도 어릴 적에는 시내에 있었던 의료원 정원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봄꽃들을 본 적이 있었다. 작지만 하얀색의 소박한 건물 모습도 떠오른다.

그리고 세월이 많이 흐르고 흘러 그 작은 병원이 초전동으로 이사한 모습도 보았고 잘 꾸며진 정원과 편의시설은 진주의 자부심이 될 수 있는 좋은 환경으로 바뀌었다. 의료원 주변에는 산과 강변이 인근에 있어 좋은 공기와 산책하기에도 두 말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나아졌다. 또한 100여년이란 세월 동안에 그 의료원은 서민들에게 기쁨과 회한을 주는 귀중한 보배였을 거라는 생각도 잠시 든다.

진주에는 다른 도시에 비해 큰 종합병원들도 많다. 이렇듯 진주에 중·소형의 병원들이 많은 이유는 교통의 편리성과 지리적 이점들이 많아서 이루어진 자연적인 현상 일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병원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대로 된 편의시설과 나무와 꽃들이 적절하게 산재 해 있는 병원들은 찾아보기가 무척이나 힘들다. 더욱이 환자 방문을 위해 차를 주차를 하려고 하면 몇 바퀴를 돌고 또 돌아도 자리가 나지가 않는 공간을 가진 병원들이 즐비하다. 대다수의 병원이 시내에 있다가 보니 공기도 탁하고 주위가 삭막하여 환자들의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되질 않은 곳에 많이 위치해 있기도 하다. 거기에 비하면 현재의 의료원은 그 모든 요건을 갖춘 현대식 병원이라 하겠다. 그리고 몇 년 전에는 영화와 드라마 촬영의 무대가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의료원을 두고 요사이에는 폐업과 회생을 논 하면서 사람들은 각각 다른 주장들을 한다. ‘하루 외래환자의 숫자가 직원 수에도 못 미치니 구조조정 하라고 경고 했다’, ‘경영개선 노력을 하는데 공감하며 내부 대책 마련을 하고 있다’ 그러나 도에서는 ‘이제는 늦었으니 폐업을 선언 한다’며 불을 확 지피기 시작 한 것이다.

그러한 내면에는 어떤 정치적 의도나 노조와의 불신등도 한 몫 했겠지만 이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은 직. 간접적으로 수 천 명이나 된다. 더욱이 저소득 계층의 중증 환자나 기초 생활 수급자, 저렴한 장기 입원 및 치료를 원하는 이들과 가족까지 그 수를 보태면 셈하기조차 힘들 것이다. 입원 환자의 70%가 저소득 계층의 환자인데 이들을 싼 의료비에 받아줄 마음 좋은 대형 병원도 별로 없는 것도 가슴 아프다. 또한 누군가의 어머니였을 간호사 몇 분도 머리를 삭발 하였다고 하니 마음이 아프고, 누군가는 며칠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모습을 생각하니 그 또한 마음이 아프다. 서로의 마음이 다치기 전에 조금 더 인내심을 발휘하여 해결을 못하고 현재의 사태에 이르게 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걸일까. 입을 다물고 있는 여당의 국회의원과 시의원,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단합을 보이는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의 전투 사이에서 시민들은 처다만 보고 있다.

‘진주 의료원의 문제는 이 정부의 복지 정책과 무관하며 병원의 적자 보전과 강성노조의 해방구’라고 외치는 도지사와 ‘지방의료원 폐업시 정부 승인권과 형법상 직권 남용죄와 노조에 대한 명예훼손 등으로 법적 책임을 물을 것’ 이라는 반대파들의 싸움은 이미 시작 되었지만 “말 하지 않는 자는 동의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머릿속에 맴 도는 것은 무엇일까. 필자는 일제 강점기와 6·25사변 그리고 군사시절을 다 이겨낸 진주 의료원의 건재함을 또 한 번 굳게 믿어 보면서 글을 마무리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