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부터 거꾸로 만드는 인생설계
80세부터 거꾸로 만드는 인생설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4.1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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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관광계열 교수

요즘 나는 80세가 벌써 된 기분이다. 생사가 달린 문제가 아니면 그다지 마음의 동요가 일지 않을 때도 있다. 그리고 많이 바쁘다. 바쁜 이유는 직업으로 인한 일상적인 분주함에 부가적으로 양가 부모님의 병환 때문이다. 양가 부모님이 모두 계신 지금 친정에서는 맏이이고, 시가에서는 막내이다 보니 어른들의 노환으로 인한 병원생활이 연거푸 이어지고 있다. 시어른들이 친정 부모님보다 14세 연상임에도 신체나이로는 별 차이가 없다.

엊그제 시어머니가 2주간 병원생활을 마치고 집에 계시는데, 곧 이어 시아버지께서 입원하셨다. 14세가 밑인 친정아버지는 낮과 밤의 구별을 하기 힘들 만큼 신경계통의 질환을 가지고 계신다. 또한 박사학위를 가지신 친정아버지와 초등학교 졸업장도 없는 시어머니의 정신 상태는 거의 비슷하다. 마치 어린아이로 되돌아간 것 같다.

내가 80세가 되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지금까지는 올 한해의 계획을 세우며 살았지만 평균 80세의 양가 부모님들을 보면서 나의 인생을 80세로부터 거꾸로 계획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건강이 기초되지 않으면 즐거울 일이 없을 테니 몸의 상태를 잘 유지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노후에 삶의 질을 높이는 대책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할 것 같다.

그 대책이란 바로 적성에 맞는 취미생활을 다양하고도 전문적으로 가지는 것이다. 즉, 자신의 본업 이외에 즐겁게 시간을 보낼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노후 연금이나 보험을 미리 준비하는 것처럼 말이다. 양가의 사례를 들어보자면 오로지 학문과 학교생활에만 전념하며 살아 온 친정아버지는 퇴임 후 시간을 메울 다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셨다.

시어머니는 90평생 농사 일만 하시고 그게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사셨다. 반면 중년 무렵부터 서예와 기타 다양한 취미를 시작하셨던 친정어머니는 작가가 되었고 지금까지도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또한 시아버지도 시조를 비롯한 여러 가지 활동을 전문적으로 하다 보니 바쁘고 즐겁다. 

체계적인 노후의 계획에 관하여 기억나는 사람이 있다. 미국 유학 중일 때 대학 내 국제교류센터에서 미국인 노인과 유학생들을 1대1로 맺어서 1주일에 한번 만나 대화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였다. 나의 파트너는 90세 유대인 할아버지였는데 그 분은 연세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캠핑카를 몰고 더위를 피하여 자신의 고향이 아닌 다른 주에 와서 두 달 동안 머무르고 있다고 말하였다.

50세 무렵부터 10년 주기의 계획을 세워왔고 80세 이후부터는 캠핑카를 타고 추위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지역으로 다닌다고 하였다. 신기하게 듣고 있는 나에게 자신의 마지막 계획을 말해주었다. 그것은 바로 자서전을 쓰는 것이었고, 이유는 자신의 이야기를 읽고 그 나이로부터 거꾸로 계획을 세워본다면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때는 내가 30대 초반이었고 유대인 할아버지의 주름과 건망증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이였다. 하지만 곧 그 이야기가 우리 부모님의 것이 되었고 지금은 너무나 절실하게 그 말에 공감한다. 그리고 칭찬해주고 싶다. 왜냐하면 그 이야기는 머지않아 나의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후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요즘 60세부터 2~30년 동안 삶의 질을 높이고 시간을 보람 있게 보낼 대책이 40세 무렵부터는 세워져야한다는 것을 양가 어른들을 보며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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