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철학사상(哲學思想) (Ⅰ)
중국 철학사상(哲學思想) (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4.14 17: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신웅/한국국제대학교 국제한국어교원학과 교수

첫 절에서 이미 밝혔듯이 중국 철학사는 선진(先秦)시대부터 기산한다. 개국(開國)과 동시 백가쟁명(百家爭鳴)의 대장면을 벌인 철학사는 역사와 함께 상향(上向)하기는커녕 답보와 쇠침을 반복하다가 명말엔 정체를 선고한 것이다. 실 같은 수원(水源)에서 흐를수록 커가는 지리학적인 원리와는 상반된 구성인 셈이다.

한편 선진시대를 흥성기, 중세를 정체기, 근대를 쇠퇴기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일찍 개화(開花)된 철학이 일찍 쇠퇴현상을 빚은 원인을 찾는데 있다. 그것은 2000여 년에 걸친 장기의 봉건제 및 관료 중앙집권제와 전제자의 우민(愚民)정책으로 그 첫째 책임을 돌려야 한다.

그 속에서 경험론의 색채가 약화되었고, 상대적으로 관념론이 짙어진 것이다. 물론은 벌릴 터전을 잃고 말았다.
서양철학이 이성(理性)과 경험, 그리고 논리로서 밖을 향하여 철리를 찾는다면, 중국철학은 천명이나 천도같은 추상적인 내재성을 안을 향하여 철리를 찾는 방법상의 차이가 있었다.

다시 서양철학이 냉철한 지식과 논리로 추구하는 과학이라면, 중국철학은 그 절반이 감정 위주의 인(仁)의 추고요, 그 절반이 지식 위주의 지(智)의 발굴인 것이니, 철학의 범주를 벗어난 예술방법이랄 수 있다. 그래서 중국철학은 인정과 물리(物理)·천심(天心) 등이 일관된 삼위일체의 학문인 점에서 그 방법은 특수하다.

한편 위·진 시대에서 명말까지를 일관된 심학(心學)에서 줄곧 그 중심방법이 되기도 했지만, 내재적인 묘오(妙悟)를 방법으로 받아들인지라 자연히 변증(辨證)엔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이 고대에 사색한 것은 순내향성인 도덕철학과 이상적인 구도를 펴는 정치철학이었고, 그들이 추구하는 지식은 경험이나 추리를 통한 지식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통해 시비·선악을 판단하는 양지(良知)였기에 지식을 유발하기엔 부족한 것이다. 말하자면 경험과 추리를 초월한 경계형태(境界形態)의 철학과 지식 사이에 근본적인 충돌을 빚으면서, 역시 경계형태의 철학이 그 주류를 이룬 것이다.

중국철학은 나[我]를 중심으로, 생명을 존중하고 감정에 치중하고 실천을 강조하고 인간을 본위로 하는 주체성을 살리면서 전개되었다.

천지 속엔 만물이, 만물 속엔 인간이, 인간 속엔 자아(自我)가 있다. [나]로부터 말한다면, [나]는 인간계의 중심이요, 인간은 천지만물의 중심이니 나는 곧 중심의 중심인 것이다. 그렇다고 중심인 자아가 천지를 영도함은 아니고 그 속에 혼연 일체되어 중심이 운전될 때 전체도 운전되는 추기(樞機)가 된다. 따라서 유가철학의 중심대상인 심(心)·성·정·기·의 ·양지(良知) 등은 모두 생명에 대한 인식의 표시였다. 다만 그 생명의 의의는 도덕적이다. 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융화를 위한 감정의 교류, 인간 중심적인 윤리행동의 강조 등에서도 인간 주체관념이 강렬하게 드러나고 있다. 중국사상 속의 우주관과 인생관은 일체성을 지니고 있다.

우주와 인간은 어디서고 밀착되어 있다. 우주를 무명(無名), 혹은 무(無)·공허(空虛)·허(虛)·도(道)로 보는 중국사상은 우주를 특별히 무엇인가 숨겨져 있는 존재로 보지 않고 우주의 동력(動力) ·핵력(核力)을 체가 없는 무체(無體)로 본 것이다. 이 점은 유가의 주역(周易)이나 노 ·장(老莊) 사이에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그런데 그 ‘허’·‘무’와 인간 사이엔 간격없이 합치되어 천인합덕(天人合德)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우주는 자강불식(自强不息)한 강렬한 생명력으로 왕래(往來) ·영허(盈虛)·소식(消息) 등의 운동을 계속하면서 항구적인 변화를 낳고 있다. 그래서 사시(四時)는 가고, 백물(百物)은 자라고, 생명은 부단히 낳는 ‘생생(生生)’의 조화를 지니고 있다. 인간만 유정(有情)할 뿐 아니라 만물도 유정하여 생생화화(生生化化)한다고 보는 유정적인 우주관으로 자연과 인간 사이의 화해(和諧) 정도는 ‘우주는 곧 내 마음, 내마음은 곧 우주’로까지 발전되었다. 많은 노· 장의 추종자와 이학(理學)가들이 비록 주관적, 혹은 객관적인 유심론으로 우주와 인생을 공소(空疎)하게 논하면서도 중국철학 전체를 통하여 강요하고 있는 도덕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