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의한 농업수직계열화에 족쇄를 채워라
대기업에 의한 농업수직계열화에 족쇄를 채워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4.2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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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태/경상대학교 축산학과 교수

 
최근 재벌기업인 동부그룹이 농업분야에 직접 진출을 시도하면서 전국 농민들과 정면충돌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직접적인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진주지역 농민들은 이번 동부그룹의 직접농업생산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 대책위를 구성하고, 대기업 FTA피해보전기금 전액환수와 대기업농업생산진출 규제 법 제정 등을 촉구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농민들이 이렇게 대기업의 직접농업진출을 막고 나서는 것은 생존권이 걸려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소위 대기업에 의한 농업수직계열화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영세한 농민들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농업의 계열화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는 노력으로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원자재 구매나 농산물 판매시 교섭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원자재는 싸게 구매하고 농산물은 더 좋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 특히 수직계열화는 유통의 효율성을 높이며 유통마진을 축소하고, 거래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큰 이점이 있다. 따라서 FTA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우리의 농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계열화, 특히 수직계열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그 계열화의 주체가 누가 되느냐다.

만약 농업에서 수직계열화의 주체가 민간기업이 되면 농민들의 삶이 어떻게 되는지 축산분야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축산분야 수직계열화사업은 1990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타결이 임박한 가운데 축산분야, 그중에서도 육계와 양돈부분의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정부의 지원 하에 이뤄졌다. 정부의 정책자금이 계열화사업자에게 배분되었고 돈 냄새를 맡은 대기업까지 이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그러나 축산농민들에게 축산계열화사업이 진정한 경쟁력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정부의 말과 달리 축산농가의 삶은 더욱 참담해졌다.

축산계열화사업이 이루어진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기업들과 협동조합이 생겨났다가 문을 닫았고, 또 기업의 인수합병이 진행되면서 살벌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다. 종축업, 사료업, 사양업, 도축업, 가공업, 유통업 등이 각기 다르게 존재하다가 특정 주체가 연관산업부분과 연대하거나 또는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업태 만들어졌다. 그리고 축산수직계열화를 성공한 업체들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는데 양계산업 수직계열화에 성공한 하림이 그 대표적인 기업이다. 현재 많은 양계농가들이 하림의 족쇄를 차고 더욱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농업수직계열화 사업이 농민들이 주체가 되지 못하고 민간회사가 주체가 되면, 농가의 유익보다 회사의 유익을 우선하는 것은 자명하다. 양계산업의 경우, 민간 도계장을 중심으로 한 수직계열화 사업은 양계농가들의 편익을 증진시키는 방향보다 계열주체였던 하림의 이익에 함몰 될 수밖에 없었다. 기본 사육보수가 20년 가까이 오르지 않고 인센티브만 조정되었고, 이로 인해 농가와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즉, 계열화사업이 당초의 목표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 것이다. 치킨외식산업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하림은 고속성장을 하였지만 닭을 사육하는 농가의 삶은 성장은커녕 더욱 팍팍해졌다.

농업계열화의 주체가 자본주의의 특성이 강한 민간기업이 되면 이윤추구 본능을 제어 할 수 없다. 국제경쟁력 제고를 앞세워 계열주체가 농가를 상대로 이윤추구 행위를 하게끔 되어 있고, 이를 규제하는 법의 제정이나 집행이 농민들의 바람이나 의도와는 무관하게 진행될 확률이 높다. 즉, 농업의 수직계열화를 정부가 나서서 권장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할 경우, 농민보다는 시장경제에 민감하게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을 갖춘 기업의 입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 좋은 예가 오늘 문제가 되고 있는 동부그룹의 직접농업 진출이다.

현재 동부그룹은 농업부분 사업을 철강, IT와 함께 비금융부문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농업부문의 경우 씨앗을 생산하는 동부팜흥농과 재배를 맡는 동부팜화옹, 유통을 맡는 동부팜청과와 동부팜, 식품을 맡는 동부팜가야 등의 계열사를 갖추고 본격적인 농업수직계열화를 꾀하고 있다. 동부팜한농은 자회사인 동부팜화옹을 통해 380억원을 들여 지난해 12월 경기도 화성 화옹지구 농식품수출전문단지에 유리온실을 완공했고, 얼마 전부터 토마토 수확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동부는 씨앗과 비료 등을 농민들에게 판매하는 것을 넘어 이제 농산물을 직접 생산하고 판매함으로 농민들의 삶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농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말이다. 어쩌자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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