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기행을 떠나며(3)
문학기행을 떠나며(3)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7.2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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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삼희/시인
한국 문학의 큰 산맥이며 깊은 골짜기 같은 소설가 미백 故이청준 생가로 이동 중이다. 우중여행, 관광차에서 다시 빗속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다. 옷이 마를 만하면 비를 또다시 맞으며 구경 길을 나서다 보니 꼭 삶의 굴곡 같은 느낌을 받는다.
 병신과 머저리의 소설 첫머리에 이런 내용을 생각 하면서 진목 마을 골목길을 따라 걷는다. /화폭은 이 며칠 동안 조금도 메워지지 못한 채 넓게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돌아가 버린 화실은 조용해져 있었다. 나는 새 담배에 불을 붙였다/ (중략).
아득한 생의 한가운데 마냥 동네 어귀에서 미로처럼 구비치는 좁은 골목길 따라 비 오는 날 마른 삶을 더듬고 보고 있다. 도착하니 삶과 소설을 향한 향연, 입간판에는 '이청준, 하늘과 땅이 아득하여 앞이 보이지 않을 때 제일 먼저 보고 싶은 것의 하나가 이청준의 소설'이라는 글귀가 감탄하게 만든다.
어렸을 때 아버지와 큰형, 아우의 죽음이 이청준을 문학의 길로 이끌었다고 한다. 태어나서 소년시절을 보낸 곳 마을 풍정과 일화의 소설무대이기도 한 아랫동네 윗동네는 작품 속에 고스란히 남도민의 애환과 그의 소설에서 정치, 사회적인 메커니즘과 그 횡포에 대한 인간 정신의 대결관계를 주로 형상화를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언어의 진실과 말의 자유에 대한 그의 집착은 이른바 언어 사회적 관심으로 심화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 같다.
이청준님의 소설 (선학동 나그네)중에는 /옛 부터 기이한 이야기가 한 가지 전해오고 있었다. 그 이야기는 포구 한 쪽에 자리 잡은 선학동의 뒷산이 법승의 자태를 닮고 있는데서 연유가 된 것이다. 그래서 선학동 마을은 그 법승의 장삼자락에 안겨든 형국인데다가 마을 앞 포구에 밀물이 차오르면 관음봉 쪽 산심의 어디선가로 부터 법승이 북을 울려 대는듯한 신기한 지령 음이 물 건너 돌 고개 일대까지 들려오곤 한 전설은 비상 학의 형상 전설의 묘미를 더 충동질 한다./
그래서인지 이청준 소설은 오래 전 읽고도 또 읽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금방이라도 생가 안채에서 어서들 오시게 하며 헛기침으로 나와서 맞이할 것 같은 시골집의 정겨움과 장독대도 잠시 물러두고. 갈 길은 멀고 날은 어둑어둑해진다.
진주로 가는 길은 길기만해서 우중여행의 걱정도 앞선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섬진강휴게소를 버스는 지나고 있다. 하루가 빗속에 적막을 앞세우고 기운다. 다음해를 기약하면서 작별로 악수를 청하고 있는 지인들. 우산 속에 하나 둘씩 바람처럼 사라져 멀어져 가고 있다. 내리는 비가 야속해 몇몇 남은 아쉬운 지인들은 인근 식당에서 저녁과 반주 잔을 들고 하루의 행복을 마무리하며 아쉬움을 달래다 밤의 깊이 속으로 또 다시 멀어진다. 기약도 없이. 내리는 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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