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성찰의 휴가
자기성찰의 휴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7.2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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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민들레공동체 대표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일 많이 하는 사람들로 소문이 나 있다. 실제로 OECD 국가 1년 평균 노동시간은 1764시간인데 비해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년 평균 2256시간이다. 이런 억척 같은 일 욕심 때문에 거의 불가능한 악조건 하에서도 경제발전을 일구어 내었고 세계 속의 한국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노동일수에 비해 노동생산성의 저하와 산재율 증가, 자살율 최고, 스트레스로 삶의 질이 낮은 국가군에 속한다. 실제로 “어떻게 사세요?”라고 물으면 “행복하다”고 주저 없이 답변할 수 있는 가정이 많지 않다. 그래서 행복할 가능성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해 대는 것이 또 우리다. 그래서 연중 수시로 해외여행을 가고 휴가철이 시작되는 요즘은 휴가여행으로 오히려 피로할 지경이다.
먹고 살 만한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가는 계절이다. 이 휴가를 통해 새 힘을 얻고 남은 한 해를 충실히 살아야 할 터이다. 이 휴가에 필자는 난데없이 고독의 미덕을 제안하고 싶다. 식구와의 살가운 시간들, 지친 심신을 달래는 안식의 시간들, 갇힌 공간과 사무기기 또는 경쟁적 구조에서 빠져 나와 자연의 품에 안기는 그 해방감 등은 휴가가 주는 이미지일 것이다. 이 모든 시간들은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는 여전히 휴가 전과 휴가 후에 비해 별 변화 없는 사람으로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는 것이다.
휴가에 무슨 삶의 변화를 기대한다고 생뚱맞은 표정을 지울 수 있다. 그러나 휴가는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일상을 벗어나 자기자신이 될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휴가란 스트레스로부터 떠나는 것이다. 업무라는 스트레스, 인간관계라는 스트레스, 혹은 자신의 몸의 스트레스로부터 떠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일과 사람과 걱정으로부터 잠시 떨어져서 내 자신을 성찰해보는 것이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세상의 남자들과 소년들은 모든 종류의 일을 배우고 있습니다. 다만 자기 자신이 되는 법을 제외하고는”이라고 말했다. 실로 우리는 우리자신이 되는 법을 제외하고는 할 수 있는 모든 시간과 열정을 다해 모든 것을 배워왔으며 그렇게 우리 사회는 우리를 몰아왔다. 교육이 그랬고 경제가 그랬으며 정치와 외교가 그러했다.
자신을 보기 시작하는 것은 어디에서나 어느 때나 가능하지만 그것은 홀로 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기적이다. 돈 잘 버는 아파트 옆집 이웃과 비교할 필요도 없고 학원 다니는 아랫집 아이와 비교할 필요도 없다. 나는 나만의 과거와 나만의 오늘과 나만의 미래가 있으며 나만의 역사를 살아가면 되는 것이라는 당당함을 깨달을 수도 있다. 자기 인식은 거창한 종교적 수사로 꼭 표현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가 추구해왔던 목표와 가치들을 다시 살펴보고 내 주위의 가족과 이웃을 다시금 챙겨보고 궁극적으로 내 존재감에 빙그레 웃음지을 수만 있다면 나의 휴가는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석양 지는 해변에서 파도의 부딪침을 해지도록 느껴볼 것이다. 휴양림을 수십년째 지키고 서 있는 낙엽송을 한번 안아도 볼 일이다. 홀로 유성운이 지는 궤적을 문득 눈에 담고 그 최초의 빛을 최후로 간직한 사람이 되어볼 터이다. 그렇게 홀로 고독한 시간에 찰나처럼 스친 소리와 빛과 향기가 내 영혼을 일깨우고 격려하는 영원 같은 순간을 맞이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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