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도 지나치면 병을 부른다
감정도 지나치면 병을 부른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4.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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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한의학박사

오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정신적으로도 상처가 깊고 아픈 경우가 많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신적인 고통이 크면 정신적인 문제가 신체의 병을 불러오기도 한다. 일상에서도 이런 경험을 쉽게 할 수 있다. 직장인들의 경우 업무 때문에 과중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식욕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밥을 먹는다고 해도 소화불량에 걸리거나 탈이 날 수 있다. 지나치게 화를 내거나 분노할 때 급격히 혈압이 상승하거나 두통이 생길 수 있는 것도 감정의 변화가 신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한방에서는 사람의 감정을 기쁨(喜), 성남(怒), 생각(思), 근심(憂), 슬픔(悲), 두려움(恐), 놀람(驚) 등 일곱 가지로 구분하며, 이 감정들이 모두 오장육부와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어느 한 감정이 너무 지나치게 되면 그 감정과 연관된 장부가 손상되면서 병이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장육부가 튼튼하고 우리 몸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일곱 가지 감정을 잘 다스리고 지나치지 않도록 보살펴야 한다.

그렇다면 일곱 가지 감정은 오장육부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일까. 하나씩 살펴보면 먼저 ‘화’(怒)는 간과 관련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간을 노상간(怒傷肝)이라고 부른다. 화를 내면 간이 상한다는 뜻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래서 화가 나면 숨이 가빠지거나 혈압이 갑자기 오르면서 뻣뻣해지기도 한다. 이는 손상된 간이 몸의 기혈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또한 화가 나서 뜨거워진 간의 기운이 상승해 얼굴에 몰리면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거나 눈이 충혈되기도 한다. 두통이 생기거나 심한 경우에는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기쁘고 즐거운 감정도 지나치면 병이 될 수 있을까. 좋은 음식도 지나치면 몸을 상하게 하는 것처럼 좋은 감정도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다. 기쁨은 심장과 관련이 있는데, 심장은 오장육부의 중심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중요하다. 적절한 기쁨은 신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이것이 지나치게 되면 심장이 상하게 된다. 이를 ‘희상심(喜傷心)’이라고 한다. 신체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심장의 열이 위로 올라가 얼굴을 붉게 만들고 혓바늘을 돋게 만든다.

생각(思)은 비장과 연관이 있다. 그래서 생각이 지나치게 되면 식욕이 떨어지거나 소화불량에 걸리기 쉽다. ‘사상비(思傷脾)’, 즉 생각이 비장을 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비장이 제 역할을 못하면 기혈의 순환이 둔화되면서 몸이 차가워진다. 손발은 차가운데 열이 얼굴에만 몰려 여드름을 비롯해 각종 피부 트러블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일곱 가지 감정 중 근심과 슬픔은 폐에 영향을 준다. 특히 폐는 피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장기라서 근심이나 슬픔으로 폐가 약해지면 피부가 상하게 된다.

또한 놀라거나 두려움을 느끼는 감정은 신장을 상하게 만든다. 일시적으로 잠깐 놀라게 되는 것은 괜찮으나 장시간 두려움이나 공포를 가지는 것은 신장의 기능을 손상시킨다. 특히 한의학에서 신장이라고 말하는 것은 콩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생식기(자궁, 전립선, 생식선)와 내분비계통(갑상선, 부갑상선, 뇌하수체)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때문에 신장이 손상되면 생식기 관련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신장은 젊음을 유지하는 것과 관련된 장기이기 때문에 늙을수록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놀라거나 두려워하는 감정이 지나치게 되면 기미나 주름을 만들어 노화도 촉진하게 된다.

이처럼 일곱 가지 감정은 오장육부를 손상시키고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을 위해서는 감정을 잘 다스리고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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