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스의 시
윌리엄스의 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4.30 1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봉진/수필문우회 회장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William Carlos Williams, 1883~1963)는 미국 뉴저지 주의 러더포드 출신이다. 펜실베이니아대학 의학부를 졸업하고 독일에 단기간 유학한 뒤, 고향 마을에서 소아과 의사로 개업을 해서 활동하면서 한편으로는 꾸준히 시를 썼다.

초기에는 여기(餘技)로 시를 쓰는 사람 정도로 간주되었지만, 1946년에 장편 서사시 ‘패터슨’ 전6권 중 제1권이 발간되면서 본격적인 시인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윌리엄스는 단기간 유럽을 방문해서 체재한 일이 있었을 뿐, 평생을 출생지 미국 소도시에 머물고, 미국의 체험을 미국인의 일상언어로 노래했다. 그의 시가 이러한 토착성을 지녔기 때문에 1920~30년대에는 문화적인 국제성과 세련된 서구의 지적 전통을 특징으로 하는 T·S·엘리엇이나 E·파운드의 시에 비해 부당하게 낮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195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는 그들의 권위가 퇴조하기 시작하면서 반사적으로 윌리엄스에 대한 평가가 급상승하여, W·스티븐슨에 비견할 수 있는 20세기 미국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높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그는 ‘패터슨’에서 시는 “관념이 아닌 사물로 말하라(Say it, no ideas but in things)”는 주장을 폈다. 이는 이미지즘(Imagism)을 추구하면서도 즉물시(卽物詩)를 고집한 것이다. 윌리암스는 그의 시를 통하여 독자들에게 도덕이나 교훈 같은 것들을 가르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그의 시에 내포되어 있는 그의 눈을 통해 독자들이 현실(The Real)의 아름다움을 보기를 원했다. 이러한 임상의적인 객관 묘사는 뒤에 이미지즘을 보다 심화한 ‘객관주의’ 이론으로 발전해 갔다.

특히 순백의 병아리와 대조적으로 비에 젖은 새빨간 손수레를 일체의 수식적인 주석을 달지 않고 다만 거기에 존재하는 ‘사물(things)’로 읊은 짧은 시 ‘빨간 손수레(The Red Wheelbarrow)’(1923)는 이러한 시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윌리엄스는 다산의 작가로 시와 산문을 합쳐서 50권이 넘는 책을 간행했다. 대표작은 역시 12년에 걸쳐서 쓴 장편시 ‘패터슨’이다. 책의 이름이 된 ‘패터슨’은 기본적으로는 지방 공업도시 이름으로, 미국 사회의 발전을 상징한다. 그곳에는 퍼세이익 강이 흐르고 미국의 자연이 남아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 작은 도시는 현대문명사회의 부패와 불모성을 함께 갖추고 있어, 엘리엇의 황무지와 공통하는 면도 있다. 이러한 패터슨이란 도시의 이름은 다시 그 속에 살고 있는 한 시인의 이름이 되기도 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패터슨’은 시인으로서의 윌리엄스의 생활과 명상을 모두 기록한 자전적인 면도 지닌다.

미국 구어의 리듬에 바탕을 둔 여러 가지 운율에 산문의 인용문을 섞어서 현대미국의 자연과 인간과 사회를 장대하게 노래한 이 ‘패터슨’은 미국 그 자체를 노래한 장편시로서 월터 휘트먼의 ‘풀잎’의 전통을 계승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