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일부 개신교의 불편한 진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일부 개신교의 불편한 진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5.07 1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선태/경상대학교 축산학과 교수
 

얼마 전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50명이 공동 발의했던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철회했다. 일부 보수성향의 종교·시민단체들, 정확히 말해 개신교의 보수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의 제정안 제출이 무산되자 이 법을 통한 사회적 혜택을 기대했던 장애인 단체들뿐만 아니라 여러 인권단체들이 개신교를 비난하고 나서면서 새로운 논란의 불을 지피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지난 2007년 법무부에 의해 입법 추진된 이래, 이번이 세 번째 추진된 사항이다. 처음 이 법의 입법이 추진될 당시에는 경제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학력(학벌)’과 ‘병력(진료기록)’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면 신규 채용자의 출신 대학도 물어볼 수 없고 신체검사도 할 수 없는 등 자유로운 기업활동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였다. 또한 보수 기독교교단들도 성적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가 동성애 조장을 의미한다고 비난하면서 반대하였다. 이후 법제처는 이 법안의 수정을 몇 번 시도하였지만 골치가 아파지자 결국 자동 폐기되는 수순을 밟았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이었다. 남녀 성별과 장애, 병력, 나이, 종교, 인종과 피부색, 출신 국가 및 민족, 언어, 출신 지역은 물론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및 상황, 성적지향, 학력,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정치·경제·사회·문화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한다는 포괄적 내용을 담고 있었다. 따라서 만약 이 법안이 입법되면 학교 체벌 전면 금지, 아동 성폭력에 대한 처벌 강화, 외국인 노동자 차별에 대한 감시 강화 등이 이루어질 것이라 예상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일부 보수성향의 개신교단체들은 종교, 성적지향, 사상 또는 정치의견, 범죄전력 및 보호처분 등에 따른 차별을 금한다는 대목을 문제 삼고 나섰다. 종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면 ‘설교할 때 다른 종교를 마음대로 비판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는 논리부터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 금지 때문에 초중고 성교육 시간에 “동성간 성행위를 가르치게 될 것”이라는 억측까지 일부 개신교 보수단체들은 다양한 주장을 펼쳤다. 또 이 법이 ‘동성결혼제도’의 도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였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 이러한 것들은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말 그대로 우려일 뿐이다.

한마디로 일부 개신교 보수단체들의 차별금지법 반대는 시대착오적 행동처럼 보인다. 우리나라 헌법은 그렇게 쉽게 모든 것이 허용될 수 있도록 허술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우려되는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복잡하고 긴 입법과정을 통해 수정되거나 제거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사실 입법화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이번 법안에 포함된 성적취향, 성정체성에 따른 차별금지에 관한 조항 등은 국회 여야간 논의 및 협상 과정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몇 가지 우려되는 사항이 있다고 단체행동을 통해 입법자체를 무산시킨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일부 개신교 보수단체들의 집단행동은 하나님의 성품인 인애, 공평, 정직과도 위배된다. 성경은 사회적 약자를 배타적으로 대하지 말고 이타적으로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따라서 성소수자들은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긍휼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성소수자들을 긍휼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차별의 대상으로 보는 순간 그것은 예수님이 그렇게 혐오하셨던 폭력이 된다. 나와는 다른 모습,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별개의 집단으로 분류하고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는 것은 분명히 폭력이다. 하나님이 그토록 사랑하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거나 폄하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차별금지법은 보편적 인권규범에 속하고 전 세계적으로 법제화의 큰 흐름을 타고 있다. 사회적으로 차별이 폭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한국의 ‘성수수자 혐오’ 분위기에 큰 우려를 표명하는 발언을 하고 나섰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로부터 배제하거나 굴종을 강요하는 것은 노예제에 상응하는 폭력이라는 말이다. 세계적으로 19세기의 노예해방이 대세였다면 20세기에는 차별금지법이 대세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차별금지가 존중해야 할 가치이자 시대정신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이고 무분별한 과잉보호는 곤란하다. 그래서 논의가 필요한 것이다. 이제 21세기 대한민국도 차별금지법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