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부탄고도
히말라야의 부탄고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5.1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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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상/경남과기대 식품과학부 교수

국제비행장이 있는 파로에서 목적지 투롱사까지는 약 200km 이고 하루가 꼬박 걸리는데 두 고개를 넘어야 한다. 첫번째 고개는 도출라(해발 3200미터)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존경과 경외의 의미로서 단어의 끝에 ‘~라’를 붙인다. 고개마다 스태튜가 있고 락겔루(승리, 행운)라 웅얼거리며, 한 바퀴 돌면서 지나간다.


비행기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주로 소고기와 닭고기인데 느끼해서 굶었더니 배가 고팟다. 그래서 아침을 여기서 먹고 가기로 했다. 외국 관광객들이 많은 관계로 음식은 국제화되어 있어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부탄에서도 더운 지역에서 잘 사용하는 향신료인 고수(코리안더)풀을 잘 적응하면 모든 음식에 행복이 가득할 것이다.

여행은 배가 든든해야 한다. 그래야 시야에 풍경들이 여유롭게 느껴진다. 아침을 배불리 먹고 문을 나서는데 ‘only GOD pay for credit'란 문구가 적혀 있다. 번역하면 오직 신(神)만이 신용카드 결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의역을 하면 현금내라는 말이다. 표현이 익살스럽게 여유가 있다.

부탄을 여행하기 좋은 계절은 3~5월, 9~11월이라고 한다. 여름은 몬순이 지나는 우기에 해당하고 겨울은 추워서 길이 얼기 때문이다. 지금은 봄철이라 지나는 도로 밖의 산들에 온통 붉은 색의 로드댄드론이 만개하고 있다. 누가 심었냐고 물었더니 자생화라고 한다. 길의 가장자리에는 옴삭하게 다소곳이 프리뮬라(앵초)도 한창이다. 목련을 비롯한 야생화들이 합창하는 봄의 히말라야를 맘껏 즐겨본다.

부탄고도(필자는 히말라야 부탄의 좁다랗게 오르막 내리막 이리저리 꼬불꼬불 울퉁불퉁 자동차로 시속 30km 정도로 갈 수 있는 길을 이렇게 이름 지었다)의 맛사지 로드는 어느 한 곳에서도 눈을 뗄 수 없다. 도로의 가장자리는 천길 낭떠러지, 기사는 잠시잠시 조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내가 운전하겠다고 할 수도 없다. 우리 자동차와는 핸들이 다른 쪽이라 운전하기가 어렵다.

현지시간으로 오후 5시 25분쯤. 투롱사 양킬리조트에 주차를 하자마자 서로 눈을 마주하며,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하이파이브로 무사히 안전하게 도착했음을 기뻐했다. 한두번 왔던 길이 아닌데도 이렇게 기쁠수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락겔루! 이곳은 5년째 방문 하다보니 식당에 근무하는 퉁퉁한 소남도 얼굴 한가득 웃음 머금고 반갑게 맞이한다. 특별히 전망이 가장 좋은 방으로 안내 받았다.

욕실에 가면 두 가지를 조심해야 한다. 하나는 유럽인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좌변기 받침이 하도 널찍해서 잘 못 앉으면 풍덩 빠지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걸터 앉아야 한다. 다른 하나는 변기 옆에 비닐 봉지 박스가 놓여져 있다. 여기에다 반드시 화장지를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 화장지를 변기속으로 버리면 물이 내려가지 않고 막혀버린다. 시키는 대로 하면 탈이 없는데…한번 쯤은 경험해 봤기 때문에 기억에 오래 가는 것 같다.

투롱사의 새벽을 깨워 아침을 여는 신호는 마치 휘파람소리 같은 휘슬버드라는 새들의 합창과 은은히 들려오는 망두츄의 강물소리다. 여기가 무릉도원인가! 산들에 반쯤 걸쳐진 안개와 함께 창을 넘어 블랙마운틴이 나타난다. 5000m 전후의 높은 산이 남쪽 햇살을 받아 어제도, 오늘도 어둡게 보이기 때문이다. 마치 지리산의 노고단처럼 편안하게 곡선을 만드는 블랙마운틴, 소의 등선 같이 편안함을 느낌으로 다가 온다. 깊은 계곡에 이르기까지 손바닥만한 계단식 논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다. 이른 아침인데도 어제 귀가하지 않은 소들이 열심히 풀을 뜯고 있다.

요즈음은 유럽의 경제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해 여행객의 숫자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이곳 부탄은 하루를 머무는데 200~250$를 미리 지불하고 비자를 받아야만 여행이 가능하다. 여행객 중에는 일본, 대만, 중국 그리고 유럽 등의 단체 관광객이 많고, 인도 사람들은 수시로 가족 단위로 자기들 차량으로 여행한다. 그 비용에는 차량, 호텔 그리고 숙박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가이드에게 당신이 부탄에서 가장 인상적인 한곳을 소개 한다면 어디냐고 물었다. 대답은 그냥 부탄의 오염되지 않은 자연 환경이란다. 처음에는 너무 비싸게 느껴지는데, 자연의 좋은 경치를 구경하려면 알맞은 값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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