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을 시도 한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시도 한다는 것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7.27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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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순/부산 경성대 외래교수
10대의 마지막 시절을 보내고 있던 소녀에게 춤을 선택하는 일이 갖는 의미는 삶의 전환점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소녀에게 있어서 춤은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으로 내딛는 첫 발걸음이었고, 그 이후의 한 발 한 발이 만드는 무수한 발자국들은 때로는 감당할 수 없는 크기의 고통과 인내를 동반하며, 때로는 주체할 수 없는 성취의 경이로움으로 소녀의 뒤를 따르게 될 것이었습니다.
남들 보다 늦은 나이에 춤을 추게 된 소녀는 20대를 보내는 내내 단 한 번도 지친 적이 없었습니다. 아마 그 이유는 결코 시간으로는 채울 수 없었던 춤의 연륜이라는 간극을 열정 만으로라도 채워보리라는 지치지 않는 고집 덕분이었을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열정이라는 것이 소녀를 프로로 만들기에 충분했었나 봅니다. 20대를 보내며 소녀가 가졌던 수많은 기회들과 성취를 보면…열정이라는 놈은 대단한 힘을 갖고 있나 봅니다. 
30대가 되었을 때 소녀는 생각합니다. “난 왜 여기 있는 거지. 내가 알고 있는 것, 그리고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인가. 아니 전부 인가. 세상은 넓고도 무섭다는 데 세상이 뭐지” 소녀는 그 길로 가방하나만 든 채 비행기를 탔습니다. 그 이후 3년이란 시간 동안 소녀는 여태껏 살아 본 적이 없는 공간에서,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과 더불어, 평생 써보리라 상상조차 해본 적도 없는 언어를 쓰며 살아 보았습니다. 30대 초반의 소녀는 세상이 자신이 짐작했던 것 보다 무섭지도, 또 크지도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만약 세상이 무섭고 크다고 한다면, 그 까닭은 오히려 너무도 많은 다양함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돌아보니 30대 초반의 소녀는 용기하나만으로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 용기에는 사람을 어떤 곳에서도 살아가게 하는 힘이 깃들어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온 소녀는 그동안 소녀가 경험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춤으로 만들며 살았습니다. 열정도 있고 용기도 있는 소녀는 자신이 만드는 이야기에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주변의 반응도 나쁘지 않아 그에 힘입어 더 큰 자신감도 생겨났습니다. 소녀는 그렇게 30대 후반을 보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40대가 된 소녀는 마음이 늘 불안합니다. 열정도 있고 용기도 있고 자신감도 있는 소녀가 왜 불안한 것일까요.
늘 소녀의 곁을 지켜보던 소년이 묻습니다. “왜, 무엇이 불안한데” 소녀는 대답합니다. “잘 모르겠어, 그냥 채워도 채워도 차지 않는 항아리에 물을 붓고 있는 것 같아. 언제부터인가 있는 나 그 자체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놓은 어떤 모습을 위해 살아가는 것 같아. 게다가 내가 만들어 놓은‘나’라는 모습은 언제나 뭔가를 바라기만 해. 요즘은 내 귀에다 대고 매일같이 이렇게 속삭여. 지치면 안 돼. 열정이 있잖아. 용기도. 게다가 자신감도. 뭐가 문제니, 계속해. 이제 곧 50, 60, 70대...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더 인정받고, 이제는 안정된 삶을 바랄 때도 되었잖아, 정신 차려. 하지만, 흑흑…마음이 너무 아파”
가만히 듣고 있던 소년은 이렇게 말합니다. “네 모습이 어떤 모습이든 네 자신을 사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잘못된 자신을 바라보고 깰 수 있는 용기도 자신을 사랑하는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해. 20대의 열정, 30대의 용기와 자신감이 지금의 네 모습, 40대를 시작하는 네 안의 욕심을 만들어 낸 것 같아. 그리고 그 욕심이 너를 아프게 하는 것 같기도 해. 그 욕심이 너를 불안하고 아프게 만드는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라면 네가 갖고 있는 열정과 용기 그리고 자신감을 무기로 삼아 그 욕심을 상대로 싸워 보는 것은 어떨까” 소녀는 생각합니다. ‘욕심이 사라지면 내가 느끼는 불안도 아픈 마음도 사라지게 되는 걸까. 만약 욕심이 더 커지진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리고는, “욕심”이라는 말을, 또 “불안”이라는 말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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