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그 길에 서서(상)
5월, 그 길에 서서(상)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5.2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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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두/경남도청 사무관/시인

#. 걸망을 진 풋중이 걷고 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모습!. 그것은 내 기억속 사진의 모습이었다. 그 스님의 모습으로 지금 내가 일주문을 지나 산사로 들어서고 있다. 새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돌멩이 하나까지 골동품인 듯한 그런 산사에 들어서고 있다.


화려하나 천박하지 않고 현란하지 않은 단청과 대비된 잿빛 기왓장이 눈부신 곳!. 소박한 채송화와 백일홍, 정적 속에 간간이 들리는 스님들 간경소리, 그리고 느릿느릿 걷는 스님의 뒷모습. 그러나 송광사는 드러나지 않는 곳에 더 많은 매력을 품고 있었다. 흙담을 덮은 담쟁이와 바위솔, 소리 없이 흐르는 시냇물과 푸른 이끼들, 색 바랜 단청은 한없는 시간들을 품고 있는 듯하다. 이글은 도웅스님이 쓴 ‘7일간의 휴가’에 나오는 대목이다.

#. 성공의 원초(原初) 5월, 지붕 없는 하늘이 뻥 뚫린 화장실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들이 지쳐 돌아간 뒤에도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는 새벽별은, 그러나 그 성공별은 가장 먼저 뜨는 별이 아니라, 가장 나중까지 어둠속에 남아 있는 별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급한 곳인 2㎡(0.3평 정도)의 화장실은 가장 편하면서도, 한번 더 생각해 보고, 최종 결정해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한 화장실 변기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성공이 보인다. 볼 일을 다보고 물을 내리면 통상적으로 물은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간다. 이것은 지구의 중력 때문인데, 간혹 왼쪽으로 물이 돌아서 내려가도록 된 것은 변기속을 씻어서 내려가기 위해 만든 것도 있고, 바로 물이 내려가도록 된 변기도 있다. 이 말을 꺼낸 이유는, 우리네 삼라만상 인생이 태양을 축으로 하여 시계방향인 지구의 자전(自轉)과, 태양만은 시계 반대방향인 공전(空轉)을 하는데, 각자의 삶을 살아감에 있어 열정(熱情)과 목표(目標)와 생각(生角)을 가지고 있겠지만, 어느 누구든 이루고자 하는 그 새벽별 같지 않을까?.

#. 가정(家庭)의 5월, 가족의 맨 위에서 권위를 가지고 명령하던 아버지의 시대(時代)는 갔다. 남자들의 노동력만을 중요한 생산력으로 치는 시대는 지났다. 육체적인 힘보다는 오히려 여성적 감수성도 힘이 되는 정보사회의 문턱에 와 있다. 막강했던 가장의 자리를 빼앗아 간 것은 아내도 자식들도 아니다. 그것은 더 이상 가부장제를 요구하지 않는 사회(社會)인 것이다. 시대가 빼앗은 그 자리에 연연하는 아버지는 고독을 면할 길 없다.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아버지들이 바뀌어야 한다. 당신은 문지방을 넘어서서는 제일 먼저 TV리모컨에 손대는 아버지가 아닌가? 겨우 입을 열때는 상황도 모르면서 야단이나 치는 아버지로 비춰지지는 않았는가? 그러다가 ‘아버지는 몰라도 돼요?’라는 자식들의 말에 우울해 본적은 없는 가?.

이제는 사소한 일 까지도 아내와 상의하고 자식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내고 관심을 맞춰가는 아버지가 필요한 시대(時代)가 온 것이다. 현대는 목숨바칠 사랑보다 일상을 나눌 사랑이 더 절실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수직의 자리가 없어진 현대(時代)의 행복한 아버지는 수평적 관계를 만들어 내는 아버지이다. 그 수평적 관계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공동으로 풀어가야 한다. 그것은 아버지의 자리는 끊임없이 자녀들의 관심자리에 내려와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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