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되려고 한 사나이
신이 되려고 한 사나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5.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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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영/지리산국립공원 행정과

신의영/지리산국립공원
행정과
대학교 때 존경하던 교수님이 한 분 계셨다. 노동경제학을 가르치셨는데, 경제학보다는 세상살이에 대해 많이 이야기해주셨던 걸로 기억한다. 어느 날 교수님께서 ‘기부’에 대해 말씀을 하셨는데, 그 짧은 이야기가 이후 나의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빌 게이츠 같은 미국의 거부들이 왜 그렇게 기부를 많이 할까?’ 이 질문에 학생들은 그저 어리둥절해했다. 돈이 많으니까 기부금도 그만큼 많이 낼 수 있는 거 아닌가.  교수님은 대답은 다소 엉뚱했다. ‘답은, 신이 되기 위해서’
교수님 말씀을 그대로 옮기자면, 생물은 세 가지 단계가 있다.

첫째 동물이나 짐승. 먹고 생존하는 게 유일한 목표다. 둘째 단계는 인간. 문화 활동을 하는 것이 동물과의 차이다. 마지막 단계는 신. 둘째 단계의 ‘보통 인간’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으며 때로는 구원을 주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구원을 준다. 참으로 멋진 말이다. (그렇다고 나를 사이비 교주로 알면 곤란하다. 나는 종교가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솔직히 말해, 누구나 다 남들보다는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 않은가.)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고 싶어서’ 행정학을 전공으로 선택할 정도로 착한 척을 했던 나에게는 실로 매력적인 문구가 아닐 수 없었다. 남에게 구원을 준다, 남을 도와준다. 이 말을 듣고 남을 도우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방학 때마다 학교 근처 공부방에서 일주일에 한 번, 서너시간씩 아이들을 도왔었다.
‘선생님’ 소리를 들었지만, 초등학교 5,6학년 수학문제는 왜 그리 어렵던지, 마늘을 까고 배식을 주로 하게 되었다. TV에서 아프리카의 헐벗고 굶주린 아이들을 보고는 유니세프에 2000원씩 기부문자를 몇 번 보냈었다. 월급이 다소 많은 달에는 3만원씩 일시 기부를 했다.

인턴계약 종료 몇일 전, 취직이 어려워 앞으로 영영 돈을 못 벌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에 월급의 20%를 마지막으로 기부를 했다. 기부를 한 곳도, 비리 혐의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며 지탄을 받던 명망 있는 복지단체였다. 복을 받은 것일까. 며칠 후에는 백수가 될 걱정을 날려버릴 수 있었다.

이후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최면을 걸기 시작했다.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 남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라도 남을 돕자. 남에게 구원을 주려 하면, 자기부터 구원을 받는다.

가까운 복지기관에서 한나절 봉사활동을 해보자. 그것도 힘들면 기부 문자 하나라도 보내보자. 남을 도와주고 ‘고맙다’는 말 한 마디 듣는게 얼마나 눈물나게 기쁘고 뿌듯한지,  바라건대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다. 주위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시작할 때, 그 사람들 속에서 당신은 꽃보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사람으로 남겨질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당신도 그 향기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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