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 돌아오지 못한 넋을 기리며'
호국보훈의 달, 돌아오지 못한 넋을 기리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6.0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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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선/진주시의원(새누리당)

집 현관문이 힘차게 열렸다. 구릿빛으로 그을린 아들 녀석이 붉게 상기된 얼굴로 들어오더니 경례를 붙인다. “충~!성~! 아버지, 어머니의 자랑스러운 아들 김정록은 국가의 부름에 따라 충실히 군복무를 완수하고 전역을 명받아 이제 부모님의 품으로 돌아왔음을 신~고~ 합니다~ 어머니, 아버지!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지난달 30일,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21개월의 군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이렇게 돌아왔다. 대문 앞에 서서 듬직한 모습으로 우렁차게 엄마에게 돌아왔다고 외치는 녀석을 보니 저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져 온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저 아들을 꼭 껴안아 줬다. 북한 김정은의 도발언행으로 최전방에서 24시간 내내 긴장하며 북한과 대치하고 있던 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안도감과 대견함, 온갖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와 그저 애썼다며 아들의 등을 한참동안 두드렸다.

오늘도 이곳 대한민국은 수십만의 엄마들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간에 내 살 같은 아이를 군대에 보내놓고 하루하루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본의원 역시 똑같은 엄마로서 우리의 아들들이 빠짐없이 무사히 돌아오길 간절히 기원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결국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젊은이들이 있어 우린 그들을 잊을 수 없다. 지난 2010년 3월 26일 밤 9시 22분,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북한의 어뢰에 피격되어 침몰된 천안함에 타고 있던 46명의 어린 생명들이다. 아직 꽃도 피워보지 못한 46명의 젊은이들은 부모들의 간절한 바람에도 끝끝내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이들 부모의 애끓는 심정을 어찌 말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3년이 지났어도 아들의 묘 앞만 가면 오열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무엇으로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부모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나라를 위해 순국한 젊은 영혼들의 명복을 빈다. 누군가는 군대를 몸 버리고 시간 버리는 무의미한 곳이라 말하지만 가당치 않은 얘기다.

아무리 현대식 무기가 발전 하더라도 북한의 재래식 무기와 지상군의 절대량에 맞서기 위해서 우리군의 숫자 유지는 필수불가결한 국토방위의 조건이다. 지금도 뜨거운 태양을 이겨내고 있는 젊은이들의 희생 덕분에 나라 경제가 돌아가고 외국인들도 마음 놓고 한국에 투자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 외에 군대는 희미해지기 쉬운 국민의 안보의식을 붙들어주는 중요한 역할도 한다. 입대 전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과 집권당에 대한 반감으로 엄마하고 자주 부딪쳤던 우리 아들 녀석도 지금은 철이 깊게 들어 보수의 가치를 정확히 이해하는 든든한 엄마의 지원군이 되었으니 이보다 더 훌륭한 학교가 어디 있겠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러나 돈과 힘 있는 사람들일 수록 더 자식을 군대에서 빼내려 하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는 현실이다. 내일은 현충일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지만 우리 국민은 ‘나라를 빼앗긴 국민에게는 노예와 같은 삶과 죽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오늘 우리는 100년도 채 지나지 않아 빛도 바래지 않은 가슴 아픈 역사를 혹시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 북의 김정은은 하루를 멀다하고 공멸을 부를 핵무기를 마치 장난감이라도 된 양 의시대고 있고 일본은 침략의 역사마저 부정하며 군국주의 망령에 빠져 자국민의 우경화에 혈안이 되어 있다. 수백번 반복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과거 역사의 흔적들을 오늘날에도 우리는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듯이 먼저 사회지도층은 그 동안 돈과 힘으로 자식들 군대에서 빼내려고 했던 악습을 깊이 반성하고 이러한 사회악습을 완전히 뿌리 뽑기 위한 엄정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나라위한 희생에 사회지도층이 한 발 먼저 나서는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를 다짐하는 오늘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산과 들이 휴식 인파로 넘실대는 6월, 적어도 오늘 만큼은 우리 모두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젊은이들의 고귀한 희생정신과 넋을 기리고 그들이 끝까지 지키려 했던 나라의 소중함을 간절하게 마음에 되새기자. 어제의 피와 오늘의 눈물이 있기에 내일이 있다. 우리 모두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 어제의 피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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