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道)가 없는 세상
도(道)가 없는 세상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5.3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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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시인

“ 도가 행해지는 세상에서 빈천(貧賤)한 것은 부끄러운 것이지만 도가 없는 세상에서 부귀(富貴)한 것은 더욱 부끄러운 일이다.” 공자가 '논어'로 오늘 우리에게 일러주는 말이다. 

  미친 대학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추겠다고 큰소리치며 청와대에 입성하고서도 무리수의 예산을 4대강에다 다 퍼붓는 대통령과 청문회장을 불법투기, 위장전입, 세금탈루, 논문표절의 묘기자랑 장으로 만드는 고소영 인사들과 부산처축은행에서 영업이 정지된 이후까지 불법인출을 자행한 철면피들은 공자의 이 말에 어떤 반응을 할까.

  그래도 도가 잘 행해지고 있는 세상이니 가난하고 천한 것은 어디까지나 본인이 게으르고 무능한 탓이므로 스스로가 책임질 일이지 정부가 개입할 일이 아니다. 지난해 배추 비싸다고 욕만 얻어먹었지 세금 더 받은 것 없는데 지금 배추를 밭에서 갈아엎는 걸 우리가 어쩌랴.  국무위원들의 이력을 보건대 이러고도 남을 것 같다.

  최근 모 언론이 대형 저축은행 29곳의 사외이사를 조사해보니 청와대, 검찰, 국정원, 법원, 국세청 등 힘 있는 권력기관 출신의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1년에 한두 번 이사회에 참석하고도 매달 교통비로 300만원씩을 받았는가 하면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매달 1000만원씩의 보수를 챙긴 이도 있었다. 

  역시 회사가 망하면 청소부. 파출부 돈은 날아가도 안에서 챙길 것 다 챙기는 이는 VIP위인들이다. 이는 말 그대로 아흔아홉 섬을 가진 자가 백 섬을 채우고 싶어서 벼룩의 간을 빼먹는 꼴로 우리 사회에서 가진 자 있는 자들이 민초들을 등쳐먹은 대표적인 사례다. 공평과 정의는커녕 최소한의 도의나 형평성도 내팽개친 비루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그동안 이런 경우들을 질릴 만큼 경험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그런데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정말 경악할 일이다.     

  이제껏 여당은 야당의 반값 등록금에 대해 비현실적인 정책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해왔다. 그러다가 여당의 새 원내총무가 여기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보이자 자기들끼리 암투다. 그건 결국 야당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우리가 입증하는 꼴이라며. 내년 선거에서 아무리 표가 급하기로 그러면 안 된다고. 국민 세금을 통해 대학등록금을 보전해준다는 것은 미래 세대에 짐을 떠넘기는 카드 돌려막기와 다를 게 없다며. 대학 반값 등록금이나 무상복지는 “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참 소가 웃을 얘기다.

  우리도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가장 성공적인 복지국가를 실현한 스웨덴처럼 전 국민의 무상교육에 무상의료를 도입해야한다. 그러면 추락하는 출산율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들처럼 차별 없는 보편적 복지사회를 지향한다면 왜 아이들을 안 낳으려 하겠는가. 

  요즘은 대학 들어가는데 드는 사교육비도 장난이 아니지만 입학 후 4년간 뛰는 등록금은 가히 살인적이다. 때문에 학자금대출자로 살아야 하는 20대 불쌍한 대학생들과 그 부모들은 국민소득 2만 불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돈 없는 사람이 큰 죄인이 되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 

  좀 더 배우고 좀 더 있다고 법을 더 어기고 약속을 더 안 지키는 윗사람들이 저렇게 많다면 우리 공동체의 사회적 기초안전망과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심히 암울하고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없는 부모 만나면 대학 졸업도 하기 전에 빚쟁이 신세로 전락된다. 그런 집에 아이들은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싶어도 알바하며 등록금 걱정부터 해야 하고 있는 집 아이들은 초딩 때 이미 어학연수에 스펙 쌓을 생각부터 하니 여기서부터 양극화는 팽팽한 철로다. 

 누가 이런 동물의 왕국을 만들고 있는가. 이에 책임을 느끼고 부끄러워해야 할 자들은 부끄러워 할 줄을 모른다. 바로 이게 문제다. 당장 배추 한포기라도 더 사먹자. 그 맛이 비록 가을배추만 못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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