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그 갈림길에 서서(하)
6월, 그 갈림길에 서서(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6.1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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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두/경남도청 사무관/시인

# 북&다이어리에 보니, 흔히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부른다. 만약 6월에도 이와 같은 수식을 붙인다면 ‘역사의 달’이라고 해도 크게 어색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6월은 현충일과 한국전쟁 기념일을 연계해서 ‘호국보훈의 달’로 불린다. 하지만 이 두 기념일 못지않게 6·15 남북공동선언과 6월 민주항쟁도 그 역사적 의미가 또렷하다. 그렇기에 6월을 단순히 호국보훈이라는 한 단어에 담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대한민국 현대사는 남북관계와 민주화라는 두 축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6·25 한국전쟁과 6·15 남북공동선언, 현충일은 ‘남북문제’를, 6월 민주항쟁은 ‘민주화’를 각각 대변한다. 알다시피 이 두 축을 상징하는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은 6월에 모여 있다. 그렇기에 망종(亡種)인 ‘6월은 역사의 달’이라는 새로운 수식을 붙여 본 것이다’.

그 중에서 자세히 보면, 아주 몹쓸종자 라는 뜻으로 정치인을 일컬어 망종(亡種)이라고도 하지만, 필자는 국가 혼란과 6·25를 일으킨 더 큰 망종(?)이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그 망종(?)이 곳곳에 숨어 있지 않을까 한다. 망종(亡種)은 24절기 중 아홉번째 절기로서 소만(小滿)과 하지(夏至) 사이이다. 행실이 아주 나쁜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로도 쓰인다.

# 한땀한땀 세상을 열어본다. 생(生)의 한쪽 문이 닫히면, 신(神)은 다른쪽 문(門)을 열어준다는데, 일년중 이 날 만큼은 반드시 묵념해야 하는 현충일(顯忠日)인 6월은, 갓 결혼하고도 첫날밤 새벽 학도병으로 나라와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친 이 나라, ‘철사줄로 두 손 꽁꽁 묵힌 채로,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맨발로 절며절며 끌려가신.. 당신은 10년이 가도 100년이 가도.. 살아만 돌아오소’.. 라며 간절한 ‘단장의 미아리 고개’노래가사처럼 한없는 눈물과 지식인과, 그리고 국군과 유엔군이 숨져간, 그 학도병의 자식들이 원혼에 사무친 피눈물로 일구어 대한민국을 오로지 세계 속의 세계최강의 한국경제를 빛낸 그 청년들이 있는 대한민국의 6월이다.

# 승려가 90일간을 좌선 수행한다는 하지(夏至, 6월 21)가 음력으로 4월과 5월의 갈림길이니 양력으로는 6월이다. 조계종 교육원에 따르면, 전국 불교의 100여 선원에서 2200여명의 스님들이 정진하여 하안거 결제일인 5월부터, 3개월간 산문에 머물면서 ‘더없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정진중인 달도 6월이고, 수많은 신도가 로마 ‘콜로세움’에서 맹수와 야수에 의해 순교의 피를 흘리며 5000마리의 맹수가 도살되었고, 300여년동안 피비린내 나는 사투가 계속 벌어지다 마침내 처참한 역사도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니, 수도승이던 불자이던 6월의 목숨은 강하다. 이탈리아어로 네로(황제)의 거대한 동상 ‘colossus’이 있었던 데에서 유래했다는 콜로세오라는 ‘콜로세움’의 정식명칭은, ‘플라비우스 원형극장’(황제 플라비우스가 세움)이다.

# 끝으로, 산속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실낱같은 샘물은, 나무잎사귀 하나를 떠내려 보낼 힘이 없지만, 이 적은 샘물줄기가 수없이 한 방향에 집중이 되면, 바위를 부수는 큰 폭포수가 되고, 커다란 배가 오고 갈 수 있는 커다란 강을 이룬다. 한 번 지나가면 다시 살아볼 수 없는 시간, 지금이라는 ‘순간’을 뜨겁게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 하루를 사랑으로 사는 일이란 너그러워지고 칭찬하고 겸손하고 진지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잠시 나에게 주어진 시간 속에 내가 당신에게 사랑을 얼마나 많은 것을 줄 수 있고, 그 마음을 영원히 나눌 수 있는지 생각해 보라. 마당에 심어놓은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 나날이 속살쪄가는 검정포도처럼, 올 가을엔 내사랑이 익어가지 않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사랑을 하라. 마지막이라는 6월의 갈림길에서 하트(♥)라는 내 심장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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